"5G 선점은 우리가" SKT-KT, 남북정상회담 ‘마케팅 신경전’

이호연 기자
입력 2018.04.24 06:00
수정 2018.04.24 09:19

프레스 센터와 판문점에 통신 인프라 구축 및 시연

SKT와 KT 로고. ⓒ 각 사 제공

프레스 센터와 판문점에 통신 인프라 구축 및 시연

SK텔레콤과 KT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존심을 건 5G 마케팅 대결을 펼친다. 양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5G 기술력을 뽐내며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홍보 신경전을 치룬바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남북 회담에서 자사 5G 기술력을 알리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양사는 지난 2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남북정상회담은 국가적으로는 IT 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잇는 최적의 장소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SK텔레콤과 KT 관계자들을 불러 성공적인 5G 기술 시연을 당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주요 무대는 프레스센터로 사용될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와 판문점이다.

프레스센터의 경우 국내외 약 350개 매체, 2800여명의 취재진이 사전 등록을 마쳤다. AP, APF, 로이터, 미국 CNN, 중국 CCTV 등 각국의 유수의 방송 매체들도 이번 회담을 주목한다.

KT는 남북정상회담 주관 통신사업자의 이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KT는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공식 파트너로 ‘5G 홍보관’을 운영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 1971년 9월 남북직통전화 개설을 시작으로 정상 회담을 비롯해 장관급 회담, 적십자 회담 등 모든 남북 대화가 자사 통신망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KT는 판문점과 일산 킨텍스의 프레스센터에 방송망, 전용 회선 등 통신 시스템 및 5G 기지국을 설치한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는 판문점 자유의 집에 마련될 브리핑룸에서 5G 망 기반의 360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실시간 중계를 할 예정이다. KT IT 서포터즈 10명도 투입, 취재진들의 노트북 등 단말 네트워크 설정 해결 등을 지원한다.

킨텍스 외부에는 버스를 활용한 ‘이동형 5G 홍보관’에서 ‘5G 로봇암’과 ‘커넥티드 스피드’ 등을 선보인다. 취재진은 물론 일반인도 5G 서비스를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SK텔레콤도 킨텍스에서 5G 기반의 360도 VR 중계서비스를 시연한다. 통신 주관 사업자는 아니지만 1위 사업자의 기술력을 여과없이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프레스센터에 5G 인프라와 전시부스를 구축하고, 5G태블릿을 통해 취재진들에게 브리핑을 중계한다.

프레스센터 내 전시장에서는 회담 관련 뉴스와 과거 남북정상회담 영상, 평창 동계올림픽 소개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스마트월(Smart Wall)'도 설치한다. 199인치 초대형 화면의 스마트월은 16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원하는 영상을 각각 볼 수 있다. 이 외 정부와 협의해 체험공간도 마련하며, '무안경 3D'디스플레이로 한국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갈등을 빚은바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앰부시(Ambush 매복) 마케팅’ 논란으로 특허청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캠페인 광고 중단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공식 후원사인것처럼 교묘하게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행사 등과 연결해 홍보하는 방식이다. 특허청은 SK텔레콤이 KT 등 여러 공식후원사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통신관로나 전주 등의 필수설비 공유를 두고 감정 싸움까지 번지기도 했다. KT가 평창올림픽 방송 통신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관로를 SK텔레콤이 무단으로 훼손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양사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까지 나서 중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범국가적인 행사가 열리는 만큼, 양사의 5G 마케팅 대결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경쟁으로 행사 자체의 의미가 희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LG유플러스도 남북정상회담의 원활한 중계를 위해 판문점과 프레스센터에 각각 이동식 기지국을 설치해 대응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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