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피해자는 왜 움츠려야 하나…'나를 기억해'
부수정 기자
입력 2018.04.15 09:26
수정 2018.04.17 11:06
입력 2018.04.15 09:26
수정 2018.04.17 11:06
이유영·김희원 주연 미스터리 스릴러
"무거운 소재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
영화 '나를 기억해' 리뷰
이유영·김희원 주연 미스터리 스릴러
희원(한서린)은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여교사다. 행복한 일상을 꿈꾸던 어느 날, 책상에 놓인 커피를 마신 뒤 취한 듯 잠든다. 이후 '마스터'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한다.
"좋은 꿈 꿨어요?"라는 메시지와 한 여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여자는 바로 서린이다. '마스터'는 서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연이어 보낸다. 결혼을 앞둔 서린은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하며 공포감에 휩싸인다. 남자친구는 그런 서린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묻지만, 서진은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면서 오래전 묻었던 서린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서린을 괴롭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서린은 과거 인연이 있던 전직형사 국철(김희원)과 함께 마스터의 실체를 파헤치기로 나선다. 서린의 학교 여학생들도 연쇄적으로 범행의 대상
이 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나를 기억해'는 청소년 성범죄와 SNS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다. 청소년 성범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 음란물 유포 등 실제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사건을 건드린다. 특히 나날이 심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스크린에 담아 공감을 자아낸다.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행법상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과거 여러 차례 발생한 폭력 사건에서도 중학생들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지만 촉법소년에 해당해 처벌을 피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청소년들도 이를 악용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잘못된 걸 모른다. 반성 따윈 없다. 벌을 받아야 하는 가해자는 풀려나고, 피해자는 움츠린다. 이름까지 바꾸며 평생 숨어 산다. 삶 전체가 망가진 것이다.
'숨바꼭질'을 만든 이한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제작사로부터 제안받았던 기획안을 토대로 이야기를 짰다.
이 감독은 "스릴러의 매력은 정보를 얼마만큼 보여주고, 얼마만큼 감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을지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와 사회 이슈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같이 담고자 했다"며 "이 작품의 메시지는 상처의 봉합이 아닌 극복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소재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며 "시작부터 우려가 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영화 소재가 너무 무거운지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끔찍한 범죄를 큰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게 반갑지 않을 터다.
상처를 지닌 희원은 배우 이유영이 연기했다. 이유영은 "같은 여성으로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황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서린이더라도 숨어 살았을 것 같아서 서린이의 마음을 이해했다. 피해자가 떳떳하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도 공감했다. 책임감을 크게 느끼며 촬영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아쉬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주로 악역을 맡았던 김희원은 오랜만에 '선한' 역할로 돌아왔다. 김희원은 "힘든 소재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까 궁금했다"며 "연기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을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4월 19일 개봉. 101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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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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