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장길 권오현..."이재용 수감은 장기적으로 삼성에 장애"
이강미 기자
입력 2017.10.20 02:31
수정 2017.10.20 09:11
입력 2017.10.20 02:31
수정 2017.10.20 09:11
미 경제계 리더 모임 '워싱턴 경제클럽'서 기조연설
공식석상서 첫 언급... "이 부회장 수감은 비극"
미 경제계 리더모임 '워싱턴 경제클럽'서 기조연설
공식석상서 첫 언급... "이 부회장 수감은 비극"
최근 용퇴를 선언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19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과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경영에) 장애물이 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전격 용퇴선언을 발표한 권 부회장은 지난 16일 마지막 미국 출장길을 떠났다.
권 부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재계 리더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권 부회장이 외부 공식석상에서 이 부회장의 수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워싱턴 경제클럽 설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카일리그룹 대표의 사회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말하자만 비극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매년 단기계획과 장기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 부회장 구속과 상관없이 실적에서 보듯 현재로선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단기적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퇴진선언에 대해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한뒤 "내가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삼성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넘버원'이 됐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말했다.
후임 선정에 대해선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용톼선언 당시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급격히 변하고 있는 IT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을 할 때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누가 알겠느냐"면서 "스타트업 기업과 인사들을 멘토링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IT산업은 너무 빨리 변해서 앞으로 1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거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항상 제일 큰 도전이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리고 최고의 위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즉 '생존'과 '유지'가 양대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는 삼성전자의 역사와 성공비결에 대해 "창업자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1969년 흑백TV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글로벌 IT업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삼성전자의 역량을 이시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986년부터 시작된 워싱턴 경제클럽은 구글과 아마존, 보잉, 엑손모빌, 타임워너, 시티그룹과 같은 현지 기업과 재계인사, 단체 등 700여개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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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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