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설곳 없는 유통업계…"숨은 좀 쉬자고요"
최승근 기자
입력 2017.09.12 14:44
수정 2017.09.12 16:54
입력 2017.09.12 14:44
수정 2017.09.12 16:54
포퓰리즘 노린 남발성 규제…유통업계 경쟁력 저하, 설자리만 좁아져
일자리 창출-신규 출점 제한, 상반된 정부 요구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유통업계에 대한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상생을 이유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유통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화되고 있는 사드 사태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피해 대책은 전무한 상태에서 옥죄기로만 일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불만이 거세다.
12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복합쇼핑몰 등 대형쇼핑시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패키지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내에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28건의 유통 관련 법안들과 통합 심의돼 사실상 ‘통합 규제 완결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 중에는 최근 유통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도 대거 포함돼 있다. 신규 출점 제한을 포함해 의무휴업 대상과 기간 확대, 영업시간 제한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복합쇼핑몰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린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쇼핑과 볼거리, 즐길거리를 한 데 모은 복합쇼핑몰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스타필드나 롯데그룹의 롯데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통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까지 추진한 규제가 전통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없는 규제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유통업계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효율적인 규제만 남발하고 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는다. 오히려 쉬지 않는 날짜를 체크해 미리 장을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다소 억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생의 필요성과 규제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업태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차등을 둬 적용해야 한다”며 “규제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유통업계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유통시설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불만이 높다. 유통시설 내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어 유통시설 인근의 다른 점포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 정책이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라는 정부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하면서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유통업계를 일자리 창출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화되고 있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드 여파로 현지 진출 업체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면세, 관광, 호텔, 외식 등 다수 업종의 피해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정부 간 외교 이슈다 보니 일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 간 문제지만 민간사업에 대해서는 숨통을 트게 해줘야 하는데 정부는 규제 말고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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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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