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치이는 면세점 “기댈 곳이 없다”

최승근 기자
입력 2017.08.03 15:53
수정 2017.08.03 15:54

지난달 말 롯데면세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면세점 영업 종료

사드 후폭풍에 중국 관광객 급감, 특허 선정 관련 비리도 악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롯데면세점

면세점 업계가 사드 배치 후폭풍에 따른 내수 감소와 해외 매장 철수 등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관광객 감소로 상반기 실적이 대폭 감소한 데 이어 정부의 사드 추가배치 결정으로 하반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이제는 기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공항면세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면세점 자카르타 공항점은 지난 2012년 1월31일 문을 연 롯데의 첫 해외 면세점이다. 이번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재입찰에 나섰지만 현지 업체로 사업권이 넘어가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면세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 면세점 지원에 나서면서 롯데가 문을 닫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말 세계 2위 면세사업자인 미국 디에프에스그룹(DFS)도 자카르타 공항점 영업을 종료했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과 면세사업을 정부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업체보다는 자국 업체에 면세 사업권을 몰아줘 내수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방침이다.

면세업계는 내수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사드 논란이 확산되면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분기는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조치로 사상 최악이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 때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 관광객이 메운 만큼 이들의 빈자리가 곧 업계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자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약 35%가량 줄어든 만큼 면세업계의 매출과 영업익 또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의 1분기 매출액은 1조38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73.7% 줄었다.

신라면세점은 2분기 매출액 7900억원은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8% 감소했다. 공항점은 4% 줄었지만 시내점 매출이 10% 감소하면서 전체 감소세를 이끌었다. 면세점들이 사실상 시내 면세점에서 수익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매출 감소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47% 급감했다.

국내외에서 악재가 계속되면서 면세업계 전망도 어둡다. 업계는 당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관광객이 차츰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실험으로 대통령의 사드 추가배치 지시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는 더 멀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지난해 12조2700억원 대비 10% 이상 감소한 10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대로 매출이 감소한다면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내수 매출 감소에 더해 해외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국내외 실적 악화에 더해 최근 면세점 특허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중국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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