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서울시인권센터 '위안부' 증명 영상자료 최초 발굴
박진여 기자
입력 2017.07.05 11:40
수정 2017.07.05 11:50
입력 2017.07.05 11:40
수정 2017.07.05 11:50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필름 수백통 일일이 대조·확인 결과
"미·중연합군이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 속 여성들 확인"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필름 수백통 일일이 대조·확인 결과
"미·중연합군이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 속 여성들 확인"
과거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를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이 서울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임신한 채 찍힌 사진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박영심 할머니를 비롯해 그간 한국인 위안부에 대한 사진, 증언, 문서만이 위안부 참상에 대한 증명자료로 공개됐지만, 실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존 일본 공문서 위주나 여타 외국 기관이 소장한 자료가 아닌, 미군이 촬영한 영상이자 조선인 '위안부' 피사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상이 더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는 2년여 간의 발굴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administration) 2관에서 70년 넘게 묻혀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에드워드 페이(Edwards C. Fay 병장 추정)이 촬영해 소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공개된 영상에서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7명의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미·중연합군 산하 중국군 장교(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카이(Shin Kai) 대위로 추정)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중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오고,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장소는 미·중연합군 제8군 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한 민가 건물로, '위안부' 포로 심문이 이루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서울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이뤄진 프로젝트로, 시와 서울대연구팀은 기존 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정보를 추적하고, NARA가 소장하고 있던 수많은 필를 릴(reel) 가운데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이번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통해 영상 속 인물들이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앞서 2000년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옷차림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군지 특정할 수 없지만, 미·중연합군이 포로 심문 과정에서 제작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 속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동안 관련 정보를 모으고 추적했고, 서울시의 지원과 연구팀 및 현지 연구원인 김현상 박사의 활약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자료를 일일이 찾고 열람해야 하는 과정이 한국에서 김서방을 찾는 일과 같아 쉽지는 않지만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 발굴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서울시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 연구팀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 오늘과 같은 결실을 얻게 됐다"며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