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안한 중국 대신 잠재성 높은 베트남으로

최승근 기자
입력 2017.06.14 15:45
수정 2017.06.14 15:59

유통시장 개방에 대규모 투자 몰리면서 소비수준도 향상

롯데, 마트‧호텔‧제과 등 10여개 계열사 진출…대규모 개발도 병행

유통업계의 관심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한 동안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에서 최근 사드 문제를 비롯해 정치적, 외교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한류 영향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시장 개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부터 식음료, 외식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14일 코트라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베트남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액은 지난해 말 기준 2만2594건, 2937억달러(약 329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한국 기업들의 투자액은 5773건, 505억달러(약 56조7000억원)로 전체의 30.8%를 차지하며 독보적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투자는 유통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드 문제로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베트남으로 해외 핵심 거점을 옮기고 있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베트남 시장의 소비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베트남을 거점으로 인근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로 진출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베트남이 중국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나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시장의 장점으로 ▲정치·사회적 안전성 ▲싸고 우수한 노동력 ▲높은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에 따른 시장 발전 가능성 등을 꼽는다.

특히 최근 외국계 유통업체에 대한 시장개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고 이에 따라 현지인들의 소비 수준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 유통업과 식음료, 외식산업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근 이마트는 중국 진출 20년 만에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점포를 오픈한 이마트는 한 때 중국 내 점포 수가 26개에 달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인해 6개까지 점포 수가 축소된 이후 끝내 중국 시장에서 손을 떼게 됐다.

반면 2015년 베트남 첫 매장인 고밥점은 진출 1년 만인 지난해 4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13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3.8% 성장했다.

이마트는 고밥에 이어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베트남 시장에서 할인점 사업 성공을 발판으로 온라인, 모바일, T-커머스, 소형포맷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동남아시아 인접 국가로의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베트남 고밥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 과자 ⓒ이마트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현지 진출을 시작한 롯데는 현재 백화점(2곳), 마트(13곳), 호텔(2곳), 제과, 홈쇼핑, 시네마(30개관) 등 10여개 계열사가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9월에는 하노이에 초고층 랜드마크 ‘롯데센터 하노이’를 오픈하며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 기업의 위상을 드높였다.

롯데는 호치민시가 베트남의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약 10만여㎡ 규모 부지에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등과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는 3300억원을 투자해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2020년 선보일 계획이다. 하노이시 서호 인근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전체면적 20만여㎡ 규모로 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베트남 투티엠 스마트 에코시티 조감도ⓒ롯데그룹

주류업계도 베트남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8일 무학그룹은 베트남에서 보드카 등을 생산, 판매하는 주류회사 ‘빅토리(VICTORY)’사를 인수했다. 국내 주류기업이 해외 주류공장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클래식, 맥스, 하이트, 자몽에이슬 등 자사 주력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현지인 시장 확대를 위해 올 하반기 하노이 시내에 하이트진로 브랜드 전문매장으로 프랜차이즈 사업도 진행한다. 올 하반기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프랜차이즈 매장 1호점을 론칭하고 2020년에는 10개로 확대해 브랜드 홍보와 판매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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