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보편적 소득제 도입 시 소득불평등 심화”

이광영 기자
입력 2017.05.25 11:00
수정 2017.05.25 09:44

“기본소득제, 소득별로 지원해야 소득불평등 완화에 효과”

ⓒ한국경제연구원

“기본소득제, 소득별로 지원해야 소득불평등 완화에 효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더라도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는 방식이 불평등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5일 ‘기본소득제가 소득재분배와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기본소득제, 설계방식 따른 효과 고려해야…한경연, 4가지 유형별 효과 비교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유럽 국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한경연은 “기본소득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설계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네 가지 유형의 기본소득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효과를 추정했다.

기본소득제는 크게 소득별로 지원을 달리하는 음소득제(NIT: Negative Income Tax)와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제(UBI:Universal Basic Income)로 나뉜다. 음소득제의 경우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제임스 토빈이 제안한 설계방식을 기준으로 삼았다.

두 제도 모두 면세점 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고 지원한다. 하지만 토빈의 음소득제는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해 기준소득 이상 가구에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보편적 소득제의 경우 미국의 기업연구가 찰스 머레이와 스페인 정부가 제안했던 기본소득제를 적용했다.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는 21세 이상, 스페인은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는 소득이 중위소득 이상이면 특별부과세를 적용한 후 지원한다. 스페인의 경우 모든 소득세를 폐지한 후 단일세제로 개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소득별 지급 시 ‘소득불평등 완화’…조건 없이 지급 시 ‘소득불평등 심화’

기본소득제 유형 중 음소득제는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지만 보편적 소득제는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프리드먼과 토빈의 음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지니계수는 각각 3.8%, 0.9% 감소해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 반면 머레이와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지니계수는 각각 2.9%, 0.3% 증가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됐다.

노동에 미치는 효과는 토빈의 음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 유인이 감소돼 도입전보다 비경제활동 인구(자발적 실업)가 약 5만명 늘어나고 실업자(비자발적 실업)는 약 5000명 증가했다. 또 프리드먼의 음소득제를 도입하면 비경제활동 인구가 약 44만명, 실업자는 약 2만1000명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152만명, 실업자는 약 5만5000명 증가하고,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는 비경제활동인구 약 152만명, 실업자는 약 6만명이 늘어 음소득제를 시행할 경우보다 부작용이 컸다.

또한 토빈의 음소득제를 도입하면 GDP가 0.41% 상승하는데 반해, 프리드먼의 음소득제는 0.18%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머레이와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는 각각 5.07%, 2.4% 감소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도 노동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소득재분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노동의 역유인 효과를 고려하면 소득재분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 경제성장 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득수준 따라 기본소득 지원 시 재원 마련 부담 줄어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음소득제 보다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소요재원을 추정한 결과 스페인의 보편적 소득제가 341.5조원으로 가장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머레이의 보편적 소득제 266조4000억원, 프리드먼의 음소득제 75조9000억원, 토빈의 음소득제 50조6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별 지원금은 소득 1분위에 속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프리드먼의 음소득제는 연간 1928만원, 토빈은 642만7000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반면 머레이의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경우 지원금은 연간 2534만원으로 음소득제보다 많았다. 스페인의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단일세제를 부과하기 때문에 지원금 2930만원에서 세금(1016만7000원)을 제외한 순지원금은 1913만3000원 수준이었다.

조 실장은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현행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제도 설계방식에 따라 재원이 과도하게 소요될 수 있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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