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인용] 황교안, ‘심판’ 아닌 ‘선수’로 나서나

고수정 기자
입력 2017.03.10 13:17
수정 2017.03.10 14:43

대선 출마한다면 선거일 공고 3월 20일 전 발표할 거란 관측

한국당, 황 통해 보수 결집 기대…황, 정치적 부담 상당할 듯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가의 눈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에 쏠리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심판이 선수로 나설까. 이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단만이 남았다.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가의 눈은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단 정가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보고 있다. 대선 일정에 따라 오는 20일께 선거일을 공고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권한은 황 권한대행에게 있다. 황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공고한 후 만약 출마 입장을 밝힌다면 “심판이 선수로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출마한다면 20일이 되기 전에 밝힐 거라는 관측이다.

황 권한대행은 그간 대권 도전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는 성경 잠언 구절을 인용했고, 출마 입장 발표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황 권한대행 출마에 대한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침체된 보수 진영의 ‘구원 투수’로 나서주길 바란다.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의 적자’라는 점에서 국정 농단 사태로 흩어졌던 보수층이 황 권한대행을 통해 재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실제 황 권한대행의 높은 지지율은 전통적인 보수층에 의해 이뤄졌다고 분석된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 8일 발표한 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13.8%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는데,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도 황 권한대행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1.6%가 황 권한대행을 택했으며, 한국당 경선 참여 의향층과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57.1%, 61.5%로 타 주자들을 월등히 앞섰다.

정가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기준 중 하나를 ‘지지율 20%’로 분석한다. 20%대를 넘으면 야권의 선두두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해볼 만한 싸움으로 인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탄핵 선고 전부터 시작된 친박계의 옹립 움직임은 황 권한대행의 ‘소명 의식’을 돋운다는 해석이다. 친박계는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맞대결 그림으로 당 경선의 흥행을 돋운 뒤, 자신들과 이념·가치관이 더 맞는 황 권한대행을 최종 주자로 내세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에 “여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져 황 권한대행이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대선에 나갈 수밖에 없는 여건 속에 있다”며 “황 권한대행의 국가관·안보관, 통치 철학 등이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보수의 이념과 철학에 적합하기 때문에 출마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파면한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가 출마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 경우 야권에 책무를 저버렸다는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황 권한대행이 현 정국에서 어떻게 보면 ‘임시 대통령’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은 황 권한대행”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의 출마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할 사람”이라며 “공동 책임을 져야지 불쑥 나와서 중립적인 내각을 운영한다든가 또는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은 굉장히 맞지 않은 이야기 같다”고 지적했다.

범보수 진영의 바른정당 등 야권은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탄핵 인용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외교·안보 등 ‘총체적 국정파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지난 5일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오면 나쁜 사람”이라며 출마 시에는 청와대의 지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의 속내는 ‘정권 심판 프레임’을 위해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바란다는 해석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해야 국정 농단 사태로 돌아선 민심을 ‘정권 교체’라는 명목하에 흡수할 수 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이 이날 성명을 통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밝힐지 관심이 모인다. 황 권한대행은 헌재의 인용 결정 직후 국방·외교부 장관 등과 통화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따른 대비태세 강화 등을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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