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핵심' 이정현과 최경환, 인적쇄신안에 '극과 극' 행보

문현구 기자
입력 2017.01.02 17:08
수정 2017.01.02 19:07

이정현 탈당으로 '명분과 실리' 다 얻어

'탈당 거부' 최경환 '정치생명 위협' 속사정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직 사퇴를 밝힌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연말 사상 초유의 '보수분당'을 겪은 새누리당이 연초부터 '주류(친박계)' 핵심인사들 탈당문제를 놓고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주류 핵심'들을 겨냥해 오는 6일까지 자진탈당을 요구하며 인적쇄신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주류 진영에서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내심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정현 탈당 '명분과 실리' 셈법 작용

탈당 압박에 대한 해당 인사들의 대응방식이 제각각인 가운데, 이정현 전 당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극과 극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일 성명 자료를 통해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탈당계 제출에 앞서 당 지도부에게 "후임 당 대표에게 백척간두 상태로 당을 물려주는 것도 죄스러운데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친박 탈당 1호'가 아닐 수 없는데, 외형적으로는 당의 균열을 야기한 친박을 대표해 가장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전 대표의 또다른 정치적인 셈법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총선 등을 통해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정치적 고립지역인 호남에서 고군분투하며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제는 탈당을 통해 또 한번의 '백의종군'과 같은 형식으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는 돌파구를 스스로 갖춰가는 모양새를 그릴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때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처럼 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울고 싶은 애 뺨 때린 격'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남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에선 오히려 '혹'처럼 여겨졌던 '새누리당 당적'을 떼버려 홀가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끌어안고 앞으로 거침없는 무소속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 총회에 참석해 투표를 마친 뒤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반면에 '친박핵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최경환 의원은 끝까지 당을 사수하겠다며 비대위 '탈당'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이날 대구시·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서 "국민들이 이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겠다"면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위기에 대한 반성에 대해서는 이정현 전 대표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탈당' 대신 '당 잔류'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탈당 거부' 최경환 '정치생명 종료' 부담 때문인가
'당 잔류' 발언은 당을 사랑하는 '애당심'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대외적으로 호소함으로써 이 전 대표의 탈당 행보와는 또다른 각도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안방'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북 지역구 민심에 훨씬 더 부응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최 의원에게 탈당은 곧 정치생명이 끝나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에 '당 잔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다. '새누리당 안방'이라는 지역구 특성은 최 의원이 당적을 지키고 있을 때는 강점이지만 반대로 당적을 벗어던지는 순간 곧바로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악재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당심'의 명분을 씌워 탈당을 거부해야하는 속사정이 있는 셈이다.

지난달 중순 자신의 인턴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시키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 의원의 보좌관이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최 의원 본인도 검찰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등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정치적 울타리로서 '집권당'을 안고 가야할 수 밖에 없어 '탈당'에 대해서 더욱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은 서로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전 대표는 엄밀하게 '친박세력'의 중심은 아니다. 그렇기에 독자적인 선택으로 탈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친박핵심'들의 엇갈린 행보로 인해 변화와 쇄신을 필요로 하는 새누리당은 새해 출발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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