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말을 바꿀까.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6.11.15 10:56
수정 2016.11.15 10:58

"트럼프는 방송과 언론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막말 트러블…포퓰리즘 공약 수정 가능성 높아

ㅡ트럼프를 둘러싼 대중심리들

트럼프가 애초에 선거 과정에서 말했던 공약이나 발언 내용들을 바꾸고 있다.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애초에 선거 전략이었고, 이 때문에 남발한 면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조는 있다. 그렇다면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선 전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기를 전면 주장했던 트럼프였지만, 이제 일부 내용은 살려 둘 수 있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에 관해서도 완화된 정책을 내세웠다. 한일 핵무장 용인론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자신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찬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핵무장 경쟁을 막기 위해서 기존의 발언을 번복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2008년 금융재발 방지법인 도드-프랭크 법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였는데 이도 불확실성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 법이 폐기된다면 금융 기관들은 좋아하겠지만, 한편으로 완전 폐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법에 따라 많은 금융 기관들이 관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서 구제 금융도 사라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한 미군 정책이나 대북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된 지 얼마 안되어 왜 자신의 발언이나 공약을 번복하거나 수정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극단적인 쇼크를 주는 트러블 효과를 지향했고 그것이 대중적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비현실적이거나 극단적인 주장을 했기 때문에 트럼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도 트럼프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 때 그의 주장은 크게 문제가 되었고, 논란은 그에 대한 호불호를 증폭시켰다. 그는 인종차별이나 여성 혐오, 극우 보수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 때문에 극도의 반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박빙의 승부일 때는 깃털 효과를 강화한다. 팽팽한 접전이라면 노이즈나 트러블은 한쪽으로 쏠림을 증대한다. 특히 그럴수록 트럼프 같은 정치인은 입에 올릴 수 없는 극단적 이익 중심의 발언들로 대중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데, 그가 마음에 안들어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였기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소수 정당 후보였다면 이런 토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방송과 언론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잘 활용했다. 트럼프의 자서전에서 언론을 이용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단지 언론을 통해서 자신을 홍보하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론플레이를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정치인들이 하지 않는 금기의 발언들을 적극 개진하면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른 주목을 받았고 그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문화의 가치가 아니라 물화의 가치를 노골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이런 욕망을 대리충족시켜줄 수 있는 적임자로 각인되었다. 더구나 트럼프 개인이 10조원에 이르는 자산가라는 점은 이를 부각시켜 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하나는 침묵의 나선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샤이 토리 현상 때문이다. 워낙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대세주의나 선호가 강하게 일어나는 분위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표현하지 않았다. 침묵의 나선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사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보다는 부끄럽다고 여기는 이른바 샤이토리 현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여론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 후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오차가 일어났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되는 현상도 있었다. 그것은 학습된 피드백 사고이다. 사람들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 속에서 자신의 후보가 대세주의가 되면 상대방 지지자들이 결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더 독인 것처럼 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 지지자들은 방심할 수 있다. 심지어는 역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2012년 대선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 여론 조사가 빗나간 이유다.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피드백 되는지 경험적으로 터득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이 와중에 패배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당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주류언론들이 힐러리 대세론으로 바람을 잡아나갔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판 결집도 약했다. 트럼프가 애초에 생각하지 못한 패턴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이다. 아마 그가 사람이라면 그러한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그는 비즈니스 맨 출신이다. 그렇게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취했던 막말의 트러블 포지션이 결코 앞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돈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그간의 발언들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수정은 이익 중심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이 때문에 좌충우돌, 자기 모순에서 표류할 수도 있다. 16년전, 그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한 심슨 가족이라는 애니메이션이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한 것은 그의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과연 퍼주기 예산 집행으로 국가 재정을 파산 시킬까. 오히려 효율성 중심의 재정 정책이 있겠지만 이마저도 대규모 공공 투자 정책을 힐러리보다 두배 이상 언급했기 때문에 모순적이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국민과 세계 여러나라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공 분야에서 직무를 해본 적이 없는 비즈니스맨이 세계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다.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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