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등판에도 여유로운 더민주, 왜?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9.20 18:23
수정 2016.09.21 10:24
입력 2016.09.20 18:23
수정 2016.09.21 10:24
국내정치 복귀해도 '과제' 산적...더민주 "비난 자제하고 검증 지켜보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내년 1월 복귀' 발언으로 대선 출마에 한층 힘이 실리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종 여론조사 선두를 다투고 있지만, 더민주는 좀처럼 '잰 걸음'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우상호 원내대표의 경우, 야권 핵심 인사로는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대권 주자 반기문'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하면, 반 총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막힘 없는 태도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그간 야권에선 반 총장의 출마가 가정에 불과하다며 이렇다 할 입장표명 자체를 자제해왔다.
실제 우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방미 일정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주최하고 반 총장의 △귀국시점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근거로 "반 총장이 출마하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여러모로 반 총장의 속내를 확인한 것 역시 이번 방미의 성과"라고도 했다.
10년간 국제기구 수장직을 수행한 경우엔 보통 퇴임 후 수개월 간 휴식기를 취하지만, 반 총장은 "뒷정리가 되는 대로 바로 들어오겠다"며 1월 초라는 구체적 시기까지 못 박았다. 또한 정 원내대표가 '귀국 후 국민께 보고'를 제안하자 반 총장은 평소의 화법과는 달리 "그런 기회가 오길 바란다"는 식으로 답변하며 대중 접촉 의지를 십분 피력했다는 것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아직 구체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여론조사 결과에서 매번 1위를 달리는 현상 자체를 현실로 인정해야한다"며 "반 총장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원내지도부가 반 총장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 데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께도 말씀드렸고 현지에서도 말했던 내용"이라며 질문 기회를 열어뒀다.
앞서 더민주 일각에선 문 전 대표에 대한 여당발 공세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라도 대선후보 경선 시기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상대 진영의 간판급 후보가 등판을 앞두면, 당 차원에서 해당 후보를 향한 공세를 펼치기 위해 화력을 모으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반 총장의 등장에도 '기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정치와 국민여론을 고려한 원내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즉, 반 총장이 귀국 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해도 당장 복귀 형식과 정당을 결정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설사 기존 시나리오대로 새누리당 후보로 등판할 경우, 노무현정부 당시 정계에 입문한 반 총장으로서는 적절한 명분을 제시해야한다.
새누리당 입당 후에도 과제는 산적한 상태다. 당내 비박(비 박근혜)계와 여권 대선 주자군을 중심으로 이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비박그룹은 집권 여당 지도부가 아직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은 장외 인사를 향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데 대해 “구세주라도 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 총장으로서는 이같은 내부 갈등을 해결할 리더십도 선보여야한다. 일각에서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까지 부상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민주는 반 총장에 대한 비난이나 지나친 경계를 자제하고, 당 안팎에서 검증받는 과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우 원내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반 총장이 그동안 외곽에서 화려한 수식어에 가려져 있었다면, 이제는 검증의 무대로 나오는 것”이라며 “여권에서, 또 국민들 앞에서 본인의 명성에 맞는 능력을 갖췄는지 스스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출마 선언은 안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1위를 이어가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은 명백한 현실이고 이것을 인정하는 게 맞다”면서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여당에서 지지하는 후보라고 벌써부터 비난하지 말고, 본격적인 검증의 장을 열어주고 지켜보자는 게 원내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도부인 김병관 의원도 “아직 그 분이 공식적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비판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지금 새누리당 내부에서 그 분을 공식적인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 문제에 대해 이견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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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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