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에 68번" 북, 난수방송 내용 바꾼 이유가...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8.16 04:41
수정 2016.08.16 04:41
입력 2016.08.16 04:41
수정 2016.08.16 04:41
전문가 "난수방송, 2주후에 또 오늘 내용 송출할 것"
"인터넷 불가능한 곳 이용"..."대남 심리전 가능성도"
전문가 "난수방송, 현재 패턴이라면 이주후에 또다시 오늘 내용 송출할 것"
"인터넷 불가한 곳에서 이용될 수 있어"..."대남 심리전 일환 가능성도"
북한이 2주 만에 남파공작원 지령용으로 보이는 난수 방송을 또 내보냈다. 지난 6월 24일부터 재개된 난수 방송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이번이 네 번째로, 이전 내용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 송출됐다.
북한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은 지난 12일 정규 보도를 마친 0시 45분(우리시각 오전 1시15분)부터 약 4분 30초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기초 복습과제를 알려 드리겠다”며 “509페이지 68번, 742페이지 69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지난 6월 24일을 시작으로 7월 15일, 29일, 8월 12일 총 네 차례 난수방송을 재개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2주 간격으로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각에 난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최근 네 차례의 난수 방송에서 방송 시간대와 아나운서 목소리, 방송 직전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내보내는 형식은 모두 같았다. 다만, 난수(암호)의 내용(다섯 자리 숫자)이 일정 기간을 두고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난수 방송은 정확한 지령 전달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내보내고, 매달 다른 내용을 전달한다. 이때 지령 사안의 진척 정도와 추가적 내용, 새로운 암호 형식 실험 등에 따라 난수의 내용이 변화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북한이 12일 내보낸 난수 방송은 ‘정보기술 과제’를 내는 방식이라면, 지난 7월 15일과 29일 전달된 난수 방송은 ‘수학 과제’를 내는 방식으로 그 내용과 5자리 숫자가 모두 달랐다. 이때 7월 두 차례의 난수 방송은 연이어 동일한 내용을 송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4일 내보낸 난수 방송은 ‘물리 과제’를 내는 방식으로 그 내용이 또 달랐다.
과거 ‘주사파의 대부’로 북한 난수 방송을 통해 지령을 전달받은 바 있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본보에 “난수 방송은 보통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내보내는데, 달이 바뀌면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해 송출한다”면서 “주로 새로운 지령 사안이나 추가적 사안, 긴급·특수한 상황 등이 새롭게 담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도 북한이 과거 방식인 난수 방송을 재개한 것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연락(정보)을 주고받긴 하지만, 인터넷이 잘 안 되는 무인도나 오지 등에서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어 이 같은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해 난수 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현재 강대강 대결 구도의 남북 관계 상황에서 지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김 위원은 “북한이 16년 만에 난수 방송을 재개한 것은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을 우리 정부에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2000년 남북회담의 의미가 더 이상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현재는 거의 쓰지 않는 과거 방식의 난수 방송을 재개한 의도와 목적은 대남 심리전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같은 날 본보에 “북한이 우리 정부나 치안당국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로 난수 방송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난수 방송을 실질적 조치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남파공작원 등 간첩전선 연락방법으로 △단파방송지령-CW무전보고, △무인포스트개설 △검열·연락공작원파견 △광고 및 특정표지 △국제우편·전신전화·FAX △인터넷·이메일·스테가노그라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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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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