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들 2차 시위, 마스크 쓰고 "해방이화" 구호

하윤아 기자 / 이선민 기자
입력 2016.08.11 04:06
수정 2016.08.11 04:42

<현장>취재진에 "얼굴 가려달라" 요구 “최 총장 사퇴 안하면 또 온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경희 총장 사퇴 요구 불응하자 시위 진행…“해방 이화” 구호 외쳐

“사퇴가 사과다”
“사퇴 안하면 또 온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약 3만 5000여명(학생 측 추산, 경찰 추산 3500명)은 10일 오후 8시 이화여대캠퍼스복합단지(ECC)에 집결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지난 3일 1만여명(학생 측 추산, 경찰 추산 5000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석한 첫 번째 시위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시위다.

앞서 학생 측은 최 총장에 “9일 오후 3시까지 사퇴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는 2차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최 총장은 사퇴 요구에 불응했고, 이에 학생들은 예고대로 이날 2차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이화여대 캠퍼스는 시위 시작 예정 시각인 오후 8시가 가까워오자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여학생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정문에서 이번 2차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마스크와 피켓, 사퇴요구서 등을 나눠줬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얼굴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 측은 얼굴을 모두 가려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위대 선두에 배치했다. 이를 두고 학생 측은 “신분이 드러났을 때 학교 측의 징계와 처벌이 무서워서 그렇다”고 설명하며, 취재진을 향해 재차 신변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후 두 명의 학생이 앞으로 나와 시위의 시작을 알리는 낭독문을 읽어나갔다. 이들은 “이화는 누구를 위한 대학입니까. 최경희 총장은 누구를 위한 총장입니까”라며 “지난 30일 경찰병력 투입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총장은 ‘미리 더 엄히 다스려야 했다’며 학생들을 더욱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은 “이번 사태는 예견된 파행”이라며 지난 2014년 최 총장 취임한 이후 2년여간 △파빌리온 건설 △프라임 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설립 △ACE 사업 △성적장학금 및 중앙도서관 24시간 운영 폐지 △해외캠퍼스 추진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었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의사록을 누락하는 등 정당한 절차를 생략한 채 이른바 ‘졸속, 날치기’ 사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화의 재학생과 졸업생은 더 이상 최경희 총장을 신뢰할 수 없다. 1600명의 경찰로 학생들을 위협하고 이화의 정신을 훼손한 최경희 총장에게 더 이상 학교를 맡길 수 없다”며 “우리 이화인은 최경희 총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총장직에서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두 학생의 낭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이화동산 주변을 돌며 학내 가두행진에 나섰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해방이화 총장사퇴”, “경찰투입 책임져라”, “책임지고 사퇴하라” , “1600이 웬 말이냐”, “학교주인 학생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맨 처음 가두행진에 나선 인원들이 한 바퀴를 돌아 시위대 맨 뒤에 있던 학생들을 따라 잡자, 학생들은 “이것이 이화의 힘”이라며 함성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번 2차 총 시위의 주제를 ‘0730 그날의 기억’이라고 밝힌 학생들은 그대로 ECC에 정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30일 이화여대 내 경찰 진입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 4명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 학생들은 당시의 상황을 “최 총장이 요청한 폭력진압”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후 ‘사퇴가 사과다’, ‘사퇴를 요구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우리의 어제, 너희의 오늘, 이화의 내일’, ‘경찰 1600명을 부르신 총장님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을까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해방 이화 총장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문으로 행진했다. 정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그대로 해산했고, 약 1시간 30여분간의 시위는 자연스럽게 종료됐다.

한편, 학생들은 이번 시위에 앞서 공식브리핑을 갖고 “최 총장이 취임한 이후 파빌리온 건설, 프라임 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설립, 해외캠퍼스 설립 추진 등 학교 전반의 시스템을 좌우하는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이 이번 미래라이프대학 졸속 추진과 경찰병력 투입으로 한꺼번에 터졌다”며 “경찰병력을 투입해 200명의 피해자가 생겼으며, 총장이 이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한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본관) 농성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강경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집회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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