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김영란법 상한가 제고"에 당내 부글부글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8.03 11:29
수정 2016.08.03 11:34

"일반 국민은 1만원 넘는 밥도 비싸다고 느껴...원내대표까지 나설 이유 뭔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드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식사 접대와 선물의 가격상한을 높이자고 제안한 가운데, 당내에선 여론 역풍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를 주도한 우상호 원내대표 측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정무적 검토도 이미 마쳤다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선 김영란법의 상한 기준인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을 각각 5만원과 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시행령 개정에 나서달라고 공식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로 규정된 대상은 각종 음식점주와 농수축산업계 종사자 군 등이다.

우 원내대표는 또 "지난 19대 국회 때 정무위원회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방안에 공감을 했는데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3만원·5만원으로 돼 있는 2003년 공무원 지침을 제시하며 이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13년이 지나 음식점 물가가 올랐으니 5만원과 10만원 정도로 올리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도 반색하고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법 시행을 앞두고 농수축산업계의 비명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며 "정부가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의 걱정을 시행령 제정 준비작업에 적극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판단이라며 반발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김영란법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는 자영업자들은 결국 공무원이나 언론인 접대가 주 매출인 대형·고급식당이 대부분인데, 제1야당 원내사령탑이 직접 나서 이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까지 기존 상한선을 높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경기 지역 중진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사먹든 누구에게 얻어먹거나 밥을 사든 일단 1만원만 넘어도 비싼 밥이라고 여겨서 부담을 느낀다"며 "아무리 물가가 높아졌어도 이런데, 3만원이 적다고 5만원으로 올린다는 걸 '잘했다'고 박수쳐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음식점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소위 '얻어먹는' 언론인들 반발 생각해서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 같은데, 그보다는 반발 여론이 커서 오히려 역효과가 분명히 날 거다. 두고보라"며 "도대체 왜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시행령을 손댄다, 상한가를 올린다, 이러는지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당내 불안이 높아지는 데 대해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도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차이가 있고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들 여론이나 댓글도 그렇고, 당내에서도 안 좋은 말들이 나오는 것을 원내대표 본인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우려도 상당하고, 물가지수 변동에 맞춰서 어느 정도 올리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실제 외교관들도 당장 법에 걸리까봐 외교활동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우려들이 많았다. 자기 업무마저 제대로 할 수 없을만큼 위축된 분위기가 너무 심하더라"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정무적 판단 오류라는 지적과 관련, "무엇보다 김영란법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단체들이 정말 많은데, 법 개정에 착수하면 김영란법 자체가 좌초될 위험이 있다"며 "원안대로 가되 시행령을 개정해서 문제를 풀면, 법도 지키면서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오히려 '선제적 공격'이라는 차원에서 원내대표가 직접 판단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제처는 이르면 이번 주 내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열고 당초 시행령으로 정한 식사와 선물 금액 기준에 대한 부처 간 이견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법 시행 전에 가액 기준을 바꿀 경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접점을 찾기는 간단치 않다. 아울러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 측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이미 해외 사례와 국민 여론조사 등 필요한 조처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권익위의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은 법제처에서 상위법과의 충돌 여부 확인을 위한 법령심사 중이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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