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만 있나..비박의 당권장악 가능성은?

장수연 기자
입력 2016.07.06 09:45
수정 2016.07.06 09:48

의총서 친박계가 전대 룰 변경 주장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대표 출마를 두고 교통정리가 사실상 끝난 듯한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는 후보 난립으로 균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적은 인원의 출마에 단일화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비박계가 이번에도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까지 점 쳐지는 상황이다. 6일 있을 의총에서 친박계가 전당대회 룰 변경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비박계가 당권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오는 14일 대표 취임 2주년을 맞아 지지자들을 포함한 수백명과 대규모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2014년 7·14 전당대회 당시 김 전 대표를 도와 일을 도모했던 사람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다. 측근들은 "총선 패배 후 죄송한 마음을 전하지 못해 대접하고 인사를 드리는 자리"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잠행을 거듭한 김 전 대표가 이같은 대규모 모임을 통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지만 당장은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비박계는 유승민 의원의 불출마로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끝난 모양새다. 정병국 의원은 오는 10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방침이다. 앞서 출마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해서 전당대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지 않겠나. 만에 하나 혁신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중대 결단을 해서 동지들과 뜻을 합칠 생각도 있다"며 정 의원과의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 역시 이를 고려하는 듯하다.

비박계의 기반에는 당 쇄신파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도 한몫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회동을 갖고 기존의 경제정책 중심이었던 활동범위를 보다 넓혀 나가기로 했다. 회동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병국·김세연·박인숙 의원과 안효대·정문헌·김상민·민현주·이이재·이종훈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실모 참석자들은 만찬에서 정 의원을 향해 "당을 바꾸는 중심에 서달라"고 당부하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화두는 '가치 중심의 정당'이었다. 남 도지사는 공개 발언에서 "정병국 의원이 가치 중심의 정당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정 의원에게 지지를 표했으며, 정 의원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는 뜻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나 나와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생각과 가치관이 같다면 가치관을 실현하는 관점에서 함께 뜻을 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만 맞다면 어느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동에 따르면 그들이 말하는 가치 중심의 정당은 보수당으로서 시장개혁을 끄집어낸 중도적 가치를 의미한다.

6일 있을 의총에서 친박계가 전당대회 룰 변경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비박계가 당권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재 친박계에서는 당 혁신비대위에서 결정된 단일성 지도체제를 다시 기존의 집단 지도체제로 변경하려 하고 있다. 후보난립 상황에서 당대표 최고위원 분리 선출과 1인1표제가 불리하다는 점에서다. 친박계는 최소 컷오프(예비경선) 방식을 도입을 물밑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난립상을 보이고 있다. '좌장' 최경환 의원의 출마 고심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맏형' 서청원 의원의 출마설까지 불거져나왔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친박계 주자들은 서로가 적임자임을 자임해 교통정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경친박이자 잠재적 당권 주자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아침 'SBS 라디오'에 나와 "(최경환 의원은) 이미 여러번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며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당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면 내년 대선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비친다"고 말했다.

또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에게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서 의원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갑윤·조원진·이장우·이우현·함진규 등 친박계 의원 10여명은 의원회관 내 서 의원실을 찾아 서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 의원이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조원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워낙 강하게 거부하신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출마를 공식화한 이주영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서청원 의원의 출마설에 대해 “제가 당 대표로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해 판단을 받겠다”며 “끝까지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의원도 최근 KBS 보도 개입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에 출마해 중도 사퇴 없이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범친박 전대 후보군으로 꼽히는 원유철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국회 연구모임을 열고, 동호회 행사를 주재하는 것 등으로 미뤄 보아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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