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12명 법원 출석? "민변, 북 대남전략 수호자"
하윤아 기자
입력 2016.06.20 17:41
수정 2016.06.20 17:49
입력 2016.06.20 17:41
수정 2016.06.20 17:49
탈북자·시민단체 민변 사무실 앞에서 회견 "탈북자와 북 가족 생존 위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에 따라 법원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출신 탈북자 12인에 대해 21일 법정 출석을 통보한 것과 관련, 탈북자·시민단체가 "탈북자와 북한 주민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민변을 강력 규탄했다.
탈북자단체 연합체인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변을 비롯한 종북세력들은 또다시 북한 대남전략의 수호자로 나서 북한 독재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며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북한 해외근로자 12명의 인권을 빙자하여 북한정권의 대남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민변을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변의 행태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들과 북에 남은 그 가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변은 인신구제청구를 즉각 철회하고 법원은 탈북 종업원들의 출석에 대한 법적 문제점을 재검토 하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역사정립연구소, 자유북한방송 등 4개 시민·탈북자 단체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부모가 죽냐, 딸이 죽냐! 세기의 재판 멈춰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민변의 인신구제 청구와 법원의 심리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4월 7일 해외식당 종업원 출신 탈북자들이 국내로 입국한 이후 닷새 만인 12일 첫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집단적인 유인납치행위"라고 맹비난하며 이들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이후 북한은 연일 관영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우리민족끼리', '조선의 오늘' 등 선전 매체를 통해 이번 집단탈북 사건을 우리 정부의 유인 납치극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탈북자들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매체에 등장시켜 납치 주장을 이어갔고, 지난 4월 22일에는 "우리 측에서 가족들의 절절한 요청에 따라 그들을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내보내기로 했다"며 대한적십자사 측에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 "이번 사안은 탈북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변이 나섰다. 민변은 여러 차례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여부를 제3자의 입장에서 확인하겠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접견 신청을 연달아 거절하자, 민변은 탈북자들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위임장을 건네받아 지난달 24일 법원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인신보호 구제심사를 청구했다.
현행 인신보호법 제3조는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되거나 적법하게 수용된 후 그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용돼 있는 때에는 피수용자, 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또는 수용시설 종사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변은 탈북한 종업원들이 위법한 행정처분 혹은 타의에 의해 부당하게 시설에 수용됐다고 보고, 이들의 기본권 보장을 명목으로 법원에 인신구제를 청구한 것이다. 이에 일부 법조계에서는 "보호센터 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부당한 수용'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앞서 본보에 "이번 사안은 인신보호법이 적용될만한 사례는 아니다"는 법률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민변이 북한 내 가족들의 위임장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 정기열 칭화대 초빙교수 등 이른바 '중개인' 역할을 한 인물들의 그간 행적은 여전히 상당한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노길남 대표는 1980년대부터 반정부 기사를 게재하며 역대 대통령의 방미 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2014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제69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도 막말 시위를 주도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북한에 인권 문제는 없다",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는 없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 등 친북 성향이 짙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그는 이 같은 친북활동을 인정받아 북한 정권으로부터 '김일성상', '조국통일상' 등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표는 민족통신 기자 신분으로 북한을 60여 차례 드나들었으며, 최근 방북해서는 탈북 종업원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동영상에는 "민변이 따님을 만나는 걸 위임하는가"라는 노 대표의 질문에 탈북한 여종업원 유모 씨, 김모 씨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북측 주민들이 "동의한다", "적극적으로 위임한다"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평양에서 직접 위임장을 전달 받아 민변의 대표 메일로 보낸 정기열 교수 역시 친북 성향의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석기 내란선동 사건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북한의 세습체제를 옹호하는 글을 일부 국내 언론에 기고하거나 연재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북한에 대해 '핵무장을 한 자주적인 독립주권국가', '온갖 제국주의적 불의와 결연히 굴함 없이 싸우는, 민족의 존엄을 지켜내고 있는 국가'라며 찬양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 김 씨 일가의 위대성을 선전한 공로를 인정 받아, 북한에서 사회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원은 청구를 위임한 북측 주민들이 실제 탈북자들의 가족인지, 민변에 위임한 사실이 맞는지 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민변에 "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청구를 각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탈북 종업원들이 함께 등장한 가족사진과 공민증(주민증) 사진, 위임계약서, 변호인 선임 신고서를 작성·날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추가로 첨부해 재차 민변에 메일을 보냈다. 사실상 실질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재 정부 측은 해당 탈북자들이 국내로 입국한 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가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탈북민들이 그들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입국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서 적법한 보호과정에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인신구제청구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20일 탈북자 12인에 대한 법원의 심리를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명의의 글을 통해 "우리 인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하였다면 이번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우리 종업원들에 대한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할 그 어떤 조건도 없으며 심리는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무조건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9일에도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심리에서는 가족들과 피해자들 사이의 대면과 부모들 앞에서 피해자들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며 그것은 언론에 공개돼야 한다"면서 "우리 공민들에 대한 유인납치행위는 박근혜일당의 극악무도한 대북정책의 연장이며 그 집중적인 발로"라며 기존의 납치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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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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