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정정당당 콘돔 판매를 허하라"...왜?

스팟뉴스팀
입력 2015.12.14 15:17
수정 2015.12.14 15:27

여가부 '쾌락과 자극' 이유로 특수콘돔 판매 금지…구매 창구 막혀

사회가 청소년들에게서 실질적으로 피임기구를 구매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콘돔 사용 공익광고.
임신한 청소년의 낙태율이 81.6%에 육박하는 가운데, 사회가 청소년 피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콘돔은 성병과 임신을 막을 수 있는 피임기구로 청소년도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을 뿐, 실질적 구매 창구는 다 막혀있다.

국내 대형 온라인포탈에서는 성인인증을 하지 않으면 콘돔 구입 및 정보를 알기 힘들게 되어있다. 한 포탈사이트의 관계자는 다른 매체에서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갖도록 문화를 조장할 수 없기에 콘돔 검색을 일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일반 콘돔과 초박형 콘돔을 제외한 모든 콘돔은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할 때 쾌락을 느끼고 자극을 느끼면서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수콘돔의 판매를 규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지키기 위해 욕구를 틀어막는다는 중세시대적 발상도, 성관계에서 성적 쾌락을 배제해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비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청소년의 성을 문란하게 볼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성생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장 최근에 행해진 청소년 낙태조사인 ‘2012년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 중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4.1% 이고, 그 가운데 낙태율은 81.6%에 이르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피임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에게서 콘돔 구입은 차단한 채 청소년 보호만 외치는 사회는 청소년들을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문제로 내모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말까지도 순결 교육을 강조했지만, 1990년대부터 교내에 콘돔 자판기를 비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미혼모와 성병 감염자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는 2014년부터 13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콘돔 없이 하는 섹스는 전갈과 독거미와 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공익광고를 하기도 했다.

콘돔을 얻었다고 해서 성관계 충동을 겪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막연하고 두렵게 느끼는 피임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되고, 주제에 맞는 대화를 통해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의 위험성에 대해 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청소년 성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교육은 피임 뿐 아니라 연애와 스킨십, 성적 의사결정과 성관계 상황시 협상방법, 성병 예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전한 성생활을 원하는 청소년을 존중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성관계의 부적절한 부분을 예방한다. 안전한 성생활을 원하는 청소년이 차별 속에서 상처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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