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출신 31살 김현지가 죽음을 선택한 이면엔...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5.10.28 10:07
수정 2015.10.28 10:20

<김헌식의 문화 꼬기>오디션 프로그램의 적나라한 민낯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현지가 '슈퍼스타 K' 시즌 1에 출연햇을 당시 모습. M.net 방송화면 캡처

가수 김현지,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단지 '슈퍼스타 K'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이스 코리아'에 이어 출연했기 때문에 이 두개의 오디션에만 한정되는 것은 더욱 더 아닐 것이다. 가수 김현지의 선택은 우리나라 음악 환경의 현실이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적나라한 민낯이기 때문이다.

기대불일치와 현실이반은 본질이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승을 하거나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는 맥락의 방송을 끊임없이 내보낸다. 이는 홍보 마케팅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

근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신의 사생활은 물론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는 활동들을 감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이 모두 공개되며, 공개되는 과정에서 편집은 오로지 방송제작진에 달려 있다. 편집본이 당사자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를 줄지는 개의치 않는다.

만약 그들이 유명인들이라면 그러한 요구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유명인이 아니라 유명인이 되고 싶은 오디션 참가자인 뿐이다. 더구나 참가자들은 다른 일반 오디션보다 가혹한 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자아존중감은 아예 없어야 할 때가 많다. 그것을 인성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응시자들은 음악 활동이 연기의 무대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런 모진 조건 속에서 열정이 더 우선인 10대 참여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아무리 부모와 그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인권의 관점에서 존중 받아야할 그들의 자기결정권은 있어야 하지만 단지 오디션에 응시했다는 이유로 그러한 것쯤은 포기해야 한다.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을 해도 유명한 가수가 되거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이는 특정 방송사 출신이거나 기획사에 소속된다고 해서 확실하게 정해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팝 컬쳐에는 확실이나 분명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막대한 자본과 시스템으로 그렇게 보이게 만들려 하는 것이고, 아무리 그것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과장해도 안되겠지만, 그것을 과장되게 참여자들이 받아들여서도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정도가 아니라 열정을 한꺼번에 소진하면 육체적인 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붕괴도 치명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활동이 방송오디션에 과장되게 편중되는 것은 음악 환경을 악화시키는 면이 있다. 기획사들이 방송 오디션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것은 이해관계면에서 타당해 보인다. 리스크 햇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격화돠었고, 수용자들의 기호는 예전 같지 않도 변화 무쌍하다. 오디션을 통해서 테스팅을 하고 캐스팅을 하여 대중적 기호에 맞는 신인개발을 하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뮤지션은 음악 활동 기반은 공연장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음악은 물론 뮤지션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오디션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판단이 절대적일 수 없는 것이 팝 음악의 성공은 물론 가치이다. 스스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아티스트 개념이 보장될 때 음악은 물론 각 뮤지션의 개성이 다양해질 수 있고, 그것이 음악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벌써부터 오디션 시스템에 맞게 참여자들이 연습을 하고 그에 부응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오디션형 뮤지션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여도 결과는 예상과 다른 형태로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우승자가 아니라 중간에서 탈락한 이들의 상황은 더욱 말할 것이 못될만하다. 탈락자들이 스스로 음악인으로 성장하고 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각 개인은 물론 우리의 음악적 역량이나 토대를 확충하는 데 도운이 될 것이다.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순간의 음악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치명적이다. 그 효과가 너무 대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다.

방송 아니면 음악 활동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음악적 환경은 공연문화가 튼실한 국가와 달리 음악 지망생들에게 큰 상처와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너무 많다.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 또한 음악은 그 음악을 듣는 이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판단해야할 대중아티스트의 영역이다.

방송과 대형기획사가 꿈의 무대를 내걸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전히 유지하는 경우 제2, 제3의 김현지 사례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치부하기에는 젊은 뮤지션들의 생명과 열정이 너무 아깝다.

획일적인 오디션문화와 음악활동의 편중성은 이런 맥락에서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전반적으로 오디션 프로의 시청율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가 더욱 필요한 곳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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