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검정 교과서 "주체사상은 인간 중심" 북 주장 그대로

하윤아 기자
입력 2015.10.20 10:42
수정 2015.10.20 10:45

교육부 명령으로 출판사가 비판 문구 나중에 삽입

인권 문제도 권고 받고 넣어…토지개혁은 친북 서술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친북 내용 분석을 통한 왜곡 실태'라는 주제로 긴급현안세미나를 개최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현행 검정 교과서 중 일부 출판사가 주체사상이나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옮겨적고 있음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서의 친일파 청산과 토지개혁 등의 부분에서 친북적인 서술을 싣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친북 내용 분석을 통한 왜곡 실태'라는 제하의 긴급현안세미나를 열고 현행 검정 교과서 내용상의 친북 서술 부분을 낱낱이 해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대표는 현행 8종 검정 교과서의 내용을 직접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해방 후 미·소 군정 평가 △북한 정권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친일파 청산 △주체사상 △북한 도발 △북한 핵 △북한 인권 △남북관계 등의 부분에서 일부 편향된 서술을 일일이 열거해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3년 8월 29일 발간된 금성 출판사의 2014년판 첫 판본의 경우 5~6줄에 걸쳐 북한 주체사상의 요체를 북한에서 선전하는 내용 그대로 옮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창시하고 김정일이 이론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혁명사상으로, 북한의 통치 이념이며 모든 정책 결정과 활동의 기초이다. 북한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주체사상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으로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 사상'이라고 한다…1970년대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의 사상적 바탕이 되었다."

이 대표는 금성 출판사가 주체사상의 성립과 역할을 위와 같이 기술하면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이에 대해 수정 지시를 했지만 금성 교과서 집필자들은 당시 수정명령을 거부했고, 결국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편집해 인용구를 집어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성 출판사는 교육부의 수정 명령에 따라 원본 설명의 마지막 부분에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라는 인용구를 삽입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일부 언론에서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하는데, 이것은 교과서 집필자들이 쓴 것이 아니라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편집해 넣은 문구"라며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 집필자들이 마치 이런(주체사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본인들이 쓴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대표는 8종 가운데 3종(두산동아·비상교육·천재교육)의 교과서 2014년판 첫 판본에는 북한 인권 문제가 아예 언급되지 않다가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받은 뒤 최종본에서야 북한 인권에 대한 기술이 삽입됐다고 전하면서 "그럼에도 금성 출판사는 2014년판 최종본에 북한이 스스로 내놓고 있는 주장과 논리대로 북한 인권에 대한 문구를 실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인권 문제로도 국제사회 비판 받고 있다…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식 인권'을 내세우며 개인의 자유보다는 전체 조직을 위한 공민의 의무를 강조하고, 물질적 보장이 인권 가치로서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금성 출판사는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참혹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방어 논리를 그대로 싣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교과서에 북한의 주장과 논리를 그야말로 문구 그대로 실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고 '최소한 가공은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라며 "우려되는 대목은 작은 문구가 아니라 결국 대한민국의 역사와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것에서 편향된 역사관이 바뀌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라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현행 8종 교과서 가운데 금성 출판사의 검정 교과서를 집중 분석한 김윤태 통일전략연구소 소장 역시 해당 교과서의 친북적 서술 내용을 꼬집어 비판했다.

김 소장은 "금성 교과서는 해방정국을 다루면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친일파 처단, 토지개혁, 중요산업국유화 조치 등 각종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북한은 친일파 청산에 철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친일파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 장악을 위한 반대파 숙청에 나섰지만, 금성 교과서는 이에 대해 충실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금성 교과서는 남북의 토지개혁을 비교하며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의 토지개혁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북한의 토지개혁은 사회주의제도인 토지국유화로 가는 임시과정에 불과해 이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국유화라는 최종조치를 함께 언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정권은 북한 주민들에게 경작권을 일부 부여했을 뿐 매매권이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지주 소유의 토지를 국가 소유의 협동농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북한의 토지개혁을 서술할 때는 이에 대한 설명도 함께 명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러한 기술 자체가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편향성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검정 교과서의 북한 토지개혁 서술과 관련해서는 탈북자 출신의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역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개인에게 땅 소유권을 주지 않았다. 어르신들 말에 의하면 1945부터 1950년도까지 개인적으로 토지를 경작할 때 배가 불러보고 협동농장으로 바뀐 이후 배가 불러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이런 과정을 서술하지 않아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 국장은 "북한 주민이 겪은 고통이나 북한이 도발했던 부분은 필히 학생들이 알아야 할 부분인데 남한 교과서에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빠져있다"면서 "알아야 할 부분조차 서술하지 않아 아쉽다. 통일 이후에도 북한 주민이 겪은 고통은 대한민국의 역사로서 인식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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