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양현종 vs 김광현…커리어 최종 승자는
김종수 기자
입력 2015.08.16 10:27
수정 2015.08.16 21:45
입력 2015.08.16 10:27
수정 2015.08.16 21:45
류현진 MLB행 가운데 KBO리그 상징 토종 좌완 위상
프로 스타트 김광현 앞섰지만 최근 양현종 절정 향해
KIA 타이거즈 양현종과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KBO리그를 상징하는 젊은 좌완투수들이다.
토종 에이스로 활약 중인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2007년 나란히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파이어볼러로 불렸지만 1인자는 아니었다. 류현진(LA다저스)이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현재는 이들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어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매 시즌 자신의 가치를 다시 쓰고 있다. 때문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시즌이 끝나갈 즈음 ‘누가 더 뛰어난 좌투수일까’로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프로에서의 스타트는 김광현이 단연 빛났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시절부터 국내를 대표할 대형 좌완투수감으로 불렸다. 우완 정통파 투수 한기주가 또래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가운데 그 아성에 도전할 재목으로 꼽혔다. 187cm의 신장을 활용한 역동적 투구폼에서 나오는 140km 후반대 직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수많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입단 첫해인 2007년 한국시리즈 때부터 본격적으로 재능을 뿜기 시작한 김광현은 이듬해인 2008년 16승 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 리그를 대표하는 대형 좌투수로 우뚝 선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후 2010년까지는 김광현 전성기였다. 매 시즌 10승 이상,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SK 왕조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굵은 활약을 펼쳤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과의 예선과 준결승에서 호투하며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까지의 존재감만 놓고 보면 양현종은 김광현 상대로 많이 부족했다.
데뷔 첫해부터 에이스 소리를 듣던 김광현에 비해 양현종은 2시즌 유망주에 불과했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해 즉시 전력감으로도 안정감이 떨어졌다. 김광현이 류현진과 비교되고 있는 동안 양현종은 전병두, 박경태 등과 팀 내에서 주전 왼손투수 경쟁을 벌였다.
양현종은 3년차였던 2009시즌 들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묵직한 구위를 살려 공격적 피칭을 구사하면서 투구에 눈을 떴다. 워낙 공 끝에 힘이 좋아 스트라이크존 근처로만 공을 던져도 타자들은 치기 어려웠다. 상대타자들은 양현종 직구에 긴장했고 그런 가운데 낙차 큰 변화구를 던져 많은 탈삼진까지 잡아냈다. 소속팀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1·12시즌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하락세를 탔다. 부상과 그로인한 컨디션 난조 등이 겹친 탓이었다. 알고도 못 치던 예전의 불같은 강속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3년을 기점으로 양현종과 김광현은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활의 색깔이 달랐다. 양현종은 제구에 눈을 떠가며 더욱더 노련한 피칭을 선보인 반면 김광현은 슬럼프 기간보다는 한결 나아졌지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투구 모든 부문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올 시즌 양현종은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찍을 기세다. 투저타고 현상 속에서 12승4패 평균자책점 2.38(전체 1위)을 기록하며 토종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전반기 무서운 상승세와 비교해 후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그만한 선발투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광현 역시 나쁘지는 않다. 양현종에 미치지 못할 뿐 11승 2패 평균자책점 3.44(전체 6위)로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야구팬들은 동갑내기 두 좌완투수가 좀 더 시간이 흘러 노장이 됐을 때 누가 더 나은 커리어를 남길 것인가에도 관심이 깊다. 현재까지는 통산 성적에서 김광현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김광현은 하향세를 타고 있는 상황인 것에 비해 양현종은 이제 막 전성기를 열어젖혔다는 점에서 추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양현종으로서는 김광현의 MVP 시즌과 비교할 만한 커리어하이 시즌이 필요하다. 김광현은 완벽한 부활은 힘들더라도 현재의 페이스라도 꾸준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두 젊은 좌투수가 펼치는 라이벌 구도를 지켜보는 것도 KBO리그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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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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