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파동 13일' 김무성, 잃은 것만 있었을까

조소영 기자
입력 2015.07.08 20:10
수정 2015.07.08 20:16

득보다 실 많지만 당 내외 아우르는 '중재자' 재평가 받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키로 한 의원총회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유승민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직을 내려놓으면서 그와 손발을 맞춰왔던 김무성 당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가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내년 총선 공천에 앞서 '김무성-유승민'이라는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를 무너뜨리려는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김 대표는 '유승민 사태' 때문에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많다는 분석이 다수다. 그간 김 대표는 △강한 자에게 더 강하고 △당 내외 분란을 재빠르게 수습하는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동료들과의 의리를 지킨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 '3요소' 모두에 다소 흠집이 났다는 평이다. 결론적으로는 강한 자(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동료의원(유승민)을 내친 모양새가 됐고,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가면서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도 나왔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결단력이 장점인데 이번 과정에서는 상당히 좌고우면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비박계에서도 상당히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김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유 원내대표와 같은 배를 타고도 그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타이틀이 김 대표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옮겨간 것이 가장 큰 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김 대표가 대권주자 또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좀 더 온전히 서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야하지만, 유 원내대표라는 '방패'가 사라지면서 이러한 주도권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꽤 잘 맞았던 한 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현 서청원 최고위원을 밀었었고 성격도 '까칠'하지만 김 대표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췄고 김 대표도 성실하고 예의 바른 유 원내대표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에서 지난해 7.30재보궐선거와 올해 4.29재보궐선거 승리를 거두면서 이 체제가 내년 총선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주목됐었다. 앞서 '두 번(18, 19대)의 공천 찍어내기'를 당했던 김 대표는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휘두르는 것이 아닌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의미로 총선 공천에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고, 유 원내대표도 이에 묵묵히 따랐다.

하지만 원내대표가 바뀔 경우, 김 대표의 뜻에 반드시 따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당내는 물론 야당에서도 찬반 목소리가 갈리는 상황이다. 홍 소장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유승민이라는 보호막을 잃어버린 김 대표에게 친박이 (쳐내려는) 압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쳐낸 상황에서 김 대표까지 물러나게 압박할 경우, 친박에게 역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 당직자, 보좌진들은 물론 국민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유승민 사태' 해결에 있어 친박계는 계파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김 대표에게 크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김 대표를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딱히 친박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있지도 않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추진되는 상황 속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만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김 대표가 이번 사태를 통해 '강한 리더십'을 재평가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최 소장은 "만시지탄이긴 했지만 그래도 큰 무리없이 사태를 마무리지었다"며 "다른 대표였다면 훨씬 더 많은 파문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 또한 "김 대표가 이번 사태에서 유일하게 챙긴 것은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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