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배경엔 조연준·김원홍 등 '공안라인'

목용재 기자
입력 2015.06.09 16:07
수정 2015.06.09 16:40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와 북한인권' 세미나

"김정은의 '공안라인' 강조, 차우셰스크 정권 말기와 닮아"

장성택이 지난 2013년 12월 12일 특별군사재판을 받기위해 국가안전보위부 재판장으로 끌려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정권의 실세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이른바 ‘공안라인’의 핵심인사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영철을 급작스럽게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강행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의 신뢰를 받고 있는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공안라인’ 덕분이라는 것이다.

현재 북한 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장기간 조직지도부에서 근무 한 바 있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도 두 계급이 강등됐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직책 변화가 없는 인물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엘리트 전체에 대한 인사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당의 핵심부서이고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 엘리트에 대한 감시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북한 공안권력의 양대 기관이다. 인민보안부는 우리나라의 경찰청에 준하는 기관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주최한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와 북한인권’이라는 제하의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해 “김정은은 공안 통치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군을 대상으로 계급을 올렸다 낮췄다 하는 견장정치를 하는 김정은이 집권이후 직책에 변동이 없는 두 사람인 김원홍과 조연준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엘리트의 잦은 교체와 강등에도 불구하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직책은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도 장기간 조직지도부에 근무해 조연준과 긴밀한 연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개되지 않은 젊은 비선라인의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조직지도부는 장성택이 장악하고 있는 당 행정부와 오랫동안 권력 투쟁 관계에 있었다. 실제 지난 2010년 사망한 리제강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지난 2004년 장성택의 업무정지 처벌을 주도한 바 있으며 조연준은 이러한 리제강의 핵심 라인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리제강의 사망은 장성택의 작품이라는 것이 북한에서 정설”이라면서 “리제강 사망 이후 조직지도부 인사가 다수 숙청 및 처형됐지만 이후의 장성택 처형은 조연준이 주도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조직지도부 인사들이 다수 복권되면서 다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장성택 숙청과 처형과정을 실무적으로 집행했다”면서 “이 같은 공안라인을 통한 정치는 실제 비상상황에서의 조치일뿐 권력에 대한 완전 장악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공안라인’을 이용해 지속적인 통치를 진행할 경우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정권처럼 김정은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차우셰스쿠 정권은 권력투쟁이나 쿠데타 등 ‘불안 징후’가 없었고 공안세력을 이용해 통치를 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김정은 정권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공안라인’을 강조하다 군부가 등을 돌린 차우셰스쿠 정권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구조적인 경제위기의 장기 지속상황에서 군부에 대한 장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 말기와 유사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북한체제 전반이 급격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김정은 정권의 경우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우셰스쿠 체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공안세력들은 루마니아 군부의 군사적 물리력 앞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면서 “김정은은 현재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