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김영란법, 통과 하루만에 '후폭풍'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3.04 16:33
수정 2015.03.04 16:46

여야 모두 미비점 인정 "국회가 보완해 나가야"

변현 "헌법소원 청구", 교총 "위헌소송 검토"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47명에 찬성 226표, 반대 4표, 기권 17표로 가결 처리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졸속 입법’ 논란에 휩싸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단 하루만에 보완 입법을 주장하는 요구가 빗발치는 등 정치권 안팎을 통틀어 후폭풍을 맞고 있다.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에서조차 수정 및 보완이 거론되는 부분은 △적용 대상이 민간 영역까지 확장된 것 △시민단체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문직 외 민간 부문에서 형평성 위배 △부정청탁 기준의 불확실성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우려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의 위헌 가능성 청탁과 뇌물 수수 여부를 판단하는 금액이 직무와 무관한 점 등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시민단체가 적용 대상에서 빠진 부분과 부정 청탁 기준의 모호성 등을 지적하면서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 시행까지 기한인 1년 6개월 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다 듣고 입법의 보완이 필요하면 하겠다"며 "야당하고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도 가장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조건 돈 받으면 처벌하게 해놓은 것은 너무나 과잉금지"라며 "민간에서 언론은 들어가고 다른 시민사회 등은 빠졌느냐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조속한 보완을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검·경의 '표적 수사' 가능성과 과잉 입법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검찰의 권력 남용”이라며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부대의견이라도 달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자의적 수사 문제 때문에 부정청탁 유형을 항목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 그러다 보니 법안이 약간 어색해졌다"며 사실상 입법 과정이 성급히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자괴감을 느낀다”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하며 보완 입법 작업에 조속히 착수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MBC, CBS 등 라디오에도 출연해 "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 문제점을 빨리 보완하는 작업을 국회가 할 것이고 나도 그런 노력을 하겠다. 당초 취지대로 공직자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만 빠져나갈 수 있는 꼼수 조항을 끼워 넣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만큼, 국민이 비판하지 않도록 서둘러 빨리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후폭풍이 인 건 정치권 뿐이 아니다. 당장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대해 이르면 오는 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할 사명을 띤 법률가 단체로서 위헌요소가 담긴 채 시행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변협은 특히 △민간 언론사 기자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점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가 이러한 위헌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 졸속으로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교원단체에서는 ‘교원에 대한 이중처벌’ 문제를 근거로 ‘위헌소송 검토’도 들고 나왔다. 이날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교원은 이미 관련규정에 의해서 금품 향응 수수시에는 승진제한이라든지 강한 징계가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중처벌, 과잉법이 아니냐”며 “사립학교 교사들과 사립학교 관련 기관 및 단체와 함께 위헌소송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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