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2월 국회내 통과 합의했지만 '첩첩산중'

문대현 기자
입력 2015.01.12 17:59
수정 2015.01.12 18:12

청렴한 공직사회 위한 법안의 대상자 국민의 절반?

과잉 입법 논란에 여야 합의에도 2월 임시회 처리 불투명

정무위원회의 김용태 새누리당 간사와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2월 임시국회 내 법안 통과를 합의했지만 광범위한 적용 대상 등 쟁점으로 사실상 통과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배석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월 임시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우선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 숙려 기간도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검토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고 합의 배경을 공개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을 상정,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이로써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공직자의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강조하며 법안을 내놓은 지 약 2년 5개월 만에 국회의 첫 문턱을 넘게 됐다.

이 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연달아 통과하면 공직자가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된다. 적용대상은 당초 공무원과 정부 출자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임직원에서 사립학교 교직원, 모든 언론사 종사자로 확장됐다.

또한, 가족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도 공직자 본인이 처벌받고 관련 대상은 부정청탁도 금지된다. 다만 국민의 민원제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부정청탁 유형을 15개로 구체화하는 예외사유를 뒀다.

법안에 따르면 약 2000만 명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돼, 온 국민의 절반가량이 대상이 된다. 여야는 늦어도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는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민간 분야까지 확대 적용하게 되면 사회가 갑자기 경직될 우려에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때문에 법안이 이날 정무위를 통과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회의에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을 향해 “원안에 비해 이번 안은 사립학교 교직원과 모든 언론사 종사자로 범위가 늘어났는데 이는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못지않게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이 있고 교사라는 역할은 공립과 사립의 역할이 같기 때문에 동일하게 법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언론 기관은 당초 KBS와 EBS가 포함돼 있었는데 같은 역할을 하는 MBC 등의 언론사는 어떻게 되는지 논란이 생겨서 이렇게 포함됐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것은 입법 정책적으로 정해질 문제이지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위원장이 답변을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면서 “마치 원안에 공무원만 포함돼있고 민간인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데 원래 원안에 소위 공록을 받는 공무원 외에 기타 1000개 넘는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게 ‘김영란법’의 원안”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확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 국공립학교를 포함하기에 형평성상 사립학교도 포함한 것이고 언론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원안에도 각 지역 문화원과 기념사업회 등이 다 포함돼있었다”고 원안에 비해 적용대상이 늘었다는 의견을 일축했다.

여 “청렴해지는 대변화의 시작” 야 “법안 무력화 의도”

‘김영란법’은 오랜 기간 우여곡절 끝에 정무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라는 결승선을 넘어 입법에 이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당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법을 통과시키고 싶어 하지만 사실상 이번 회기 내 처리는 물 건너갔고, 2월 임시회 통과를 목표로 하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지만 법사위에서 처리 절차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더욱 분명해진 관피아 척결 문제와 관련해 이 법안이 원만하게 처리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 법으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공영역이 불편할 수는 있어도 깨끗한 나라로 갈 수 있다”면서 “‘김영란법’은 청렴한 대한민국을 장려하는데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이같은 여당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초 원안에 비해 대상을 크게 넓힌 것에 대해 ‘겉으로는 통과를 원하지만 사실은 논란을 만들어 통과시키지 않기 위한 여당의 계략’이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여당이 지금까지는 범위가 포괄적이고 넓다고 문제 삼다가 갑자기 지금까지 태도와는 달리 범위를 확대시킨 것이 석연치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서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데 솔직히 그런 의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의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언론출판의 자유가 좀 더 더 민주주의 생명수로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라면서 “법안심의 과정에서 그런 것도 고려됐어야 되지 않았는가 한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전문가 “김영란법, 자칫하면 공직자 왕따법 될 수 있다”

이렇듯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한문철 변호사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법에 있는 숙려기간이 법사위에도 있다. 최소한 5일 동안 검토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고 바로 넘긴다는 것은 국회법에 어긋난다”라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이 법이 부정청탁을 뿌리 뽑기 위해서 필요한 법이지만 너무나 범위가 넓고, 그리고 100만 원을 초과하느냐 마냐 등의 구분이 합리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또 하나는 국민이 행복할 권리와 평등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친구들 4명이서 골프를 치러 가서 더치페이로 계산을 하기로 해놓고 우연히 한 명이 홀인원을 해 ‘오늘 내가 쏜다’라고 했을때가 있다”면서 “그 때 다른 사람들의 비용은 본인이 내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한 명에게는 ‘넌 처벌되니까 빠져’라고 하는 상황이 온다면 자칫 ‘공직자 왕따법’이 될 수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의 기준도 좋지만 법을 한 번 만들면 악법이라도 지켜야 된다”라며 “보다 더 신중하게 악법이 되지 않도록 처음에 만들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논란에 법사위는 이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2월 중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취지와 실효성 그리고 위헌 소지 여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쉽사리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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