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촉법 재개정안 제출 박영선, 뚝심인가 아집인가

김지영 기자
입력 2014.12.08 11:12
수정 2014.12.08 11:21

법안 제안 이유로 "경제력 집중 심화 우려"

'금융지주' 재개정도…공정거래법은 4년간 막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28일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28일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외촉법은 지난 1월 여야 합의로 개정된 법안으로,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1월 개정안을 전면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을 직·간적접으로 뒤엎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로 “법 개정 당시 예상됐던 외국인 투자유치, 고용효과 등 경제적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손자회사가 이를 이용해 무분별하게 증손회사를 소유할 경우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접수됐다.

여야 합의에도 6시간 상정 가로막던 외촉법, 11개월 만에 재개정 시도

박 의원은 지난 1월 정부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부터 외촉법 개정을 반대해왔다. 당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과 합자 투자 시 지분의 50%만 보유하더라도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공정거래법에 묶여 손자회사의 자회사 설립이 불가능했다.

당시 박 의원을 비롯한 야권은 이 개정안이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 특혜법이라는 이유로 처리를 반대했다. 하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상 과정에서 상설특별검사법과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국정원 개혁법)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외촉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 의원은 위원장 직권으로 외촉법 상정을 6시간 동안 막았다. 외촉법이 법사위에 상정된 때는 해를 넘긴 1월 1일 새벽 3시 35분. 이때에도 박 의원은 자신의 손으로 외촉법을 차마 상정할 수 없다며 법사위 야당 간사였던 이춘석 민주당 의원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퇴장했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박 위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1만5000개가 늘고,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해왔다”며 “만약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책임져야 한다. 누가 매국노이고, 누가 애국자인지는 세월이 지나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의원은 당시 경고대로 정부가 내세웠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월 개정안을 이전 상태로 원상 복구하는 재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1월 개정 후 고용 효과를 99명으로 보고 있다.

2009년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도 두 차례 재개정으로 뒤집어

박 의원이 본회의 의결 법안에 반발해 재개정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 의원은 2009년 7월 22일 공성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처리된 뒤, 2011년 6월과 2012년 6월 해당 법안 재개정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법안을 되돌린 바 있다.

공 전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은 2006년 개정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금산분리법상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으로, 2009년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다. 이 법안으로 대기업 금융사가 4%를 초과하는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한도가 9%로 늘어났다.

이에 박 의원은 2011년 6월 같은 당 박선숙 전 의원과, 2012년 6월 김기식 의원과 금융지주회사법 재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해 7월 본회의를 통과한 박선숙 전 의원의 개정안은 공 전 의원의 개정안을 무효화하는 내용을, 5월 처리된 김 의원의 개정안은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18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 야당 간사, 19대 국회 상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새누리당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막았다. 대기업이 공 전 의원의 개정안을 활용해 계열사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지배하려면 공정거래법상 비은행지주회사의 손자회사 설립 요건도 함께 완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원내대표 취임 초 “(이 개정안은) 보험사들이 손자회사를 세워서 일반회사를 (계열사로) 갖도록 허용한 법이었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회계분리가 정확하지 않은데, 이 상황에서 주머닛돈, 쌈짓돈을 만들게 하는 이 법을 (이명박 정부에서) 날치기해버렸다”고 재개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지난 5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금산분리 규제는 2009년 7월 개정 전보다 강화됐다.

당내에서도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 권리이자 자유"

한편, 당내에서는 박 의원의 이 같은 행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발언의 수위가 강하고 고집이 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박 의원의 주장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를 맡았던 한 현직 의원은 “법안이야 계속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건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자유”라면서 “대한민국의 모는 법은 여야 합의로 일단 처리되지만, 그 뒤에도 끊임없이 수정된다. 외촉법도 마찬가지이다. 수정안을 낸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국면에서 박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 강경파 의원도 “박 의원이 (고집이나 기가) 세고 해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사람이 말한 것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다. 외촉법은 아주 잘못된 법이 맞다. SK 등 몇몇 대기업을 위한 법이었다”며 박 의원을 두둔했다.

여기에 당론과 헌법기구로서 의원의 입법권은 별개라는 의견도 많다. 일례로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법안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특히 이 법안을 추진했던 새누리당 내에서도 30표 넘는 이탈표가 나왔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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