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본' 해체하는 이주영 "내 무능함에 절망"
목용재 기자
입력 2014.11.18 17:47
수정 2014.11.18 17:52
입력 2014.11.18 17:47
수정 2014.11.18 17:52
단원고 유가족·실종자가족 "인양TF에 가족들도 포함시켜라"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17일부터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설치됐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가 18일 자정 공식 해체한다.
18일 오후 범대본의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자리에서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그동안 수색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순간순간 내 무능함에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실종자 수습을 위해 헌신하던 잠수사,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어업인 여러분 등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9분의 실종자들을 가족품에 돌려드리지 못한채 수중수색을 종료한다"면서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팽목항,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유가족과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때는 왜 우리에게 이런일이 벌어지는지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고 슬픔으로 절규하는 가족들을 보며 마지막 한사람도 놓치지 않고 수습하겠노라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면서 "수색이 난항을 겪을 때면 새로운 장비, 새로운 기술을 동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고 그간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하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성과가 없을 때는 범대본의 여러 공직자와 잠수사들을 다그치고 화냈으며 순간순간 저의 무능에 절망감이 들었다"면서 "모두가 저의 부덕의 소치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는 관계 공무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7개월간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진도군민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매일 자신도 희생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오로지 실종자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차가운 바다속에서 고생한 민간잠수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또한 묵묵히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은 해경, 해군, 육군, 공군 장병들과 산적한 부처 업무가 있음에도 진도 현장을 지킨 관계기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지막 회의 이후 자정께 범대본이 해체되면 진도군청, 진도 실내체육관, 팽목항 등지에 파견됐던 범대본 소속 공무원들은 오는 19일까지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 관련 시설도 철거될 예정이다.
이 같은 범대본의 철수 움직임에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생존자가족·9명의 실종자 가족 대책위 측은 정부의 책임회피라고 지적하면서 범대본의 팽목항 철수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 측은 18일 오후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족들이 잠수사들의 안전을 우려, 수중수색 중단을 요청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팽목항에서 모든 인력·자원을 철수시키고 있다”면서 “남은 희망은 세월호 선체 그대로 인양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범대본의 팽목항 철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실려 있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세월호 인양을 위해 정부가 구성하는 인양TF에 가족들도 참여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가족들의 인양 의지가 결합해야 제대로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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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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