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캠퍼스 간담회'는 주입식 간담회?

하윤아 기자
입력 2014.09.23 21:07
수정 2014.09.23 21:26

좌파단체 '국민대책회의' 소속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주최

"일방적 주장 대학생들에 호소…순수성에서 벗어난 행동"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지난 8월 20일 저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인근 경기도미술관에서 가족 총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진행한 대학생 대상 첫 간담회가 유가족 측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호소한 '주입식 간담회'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쟁점화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 유가족 측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의 제안을 유가족 대책위 측이 받아들여 진행됐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추석 연휴에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을 펴고 있는 광화문을 직접 찾아 대학생 간담회의 기획의도를 밝혔고, 이후 유가족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했다.

대학생 간담회는 ‘우리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은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이화여대(22일)와 고려대(23일)에서 차례로 열렸다.

특히 일부 대학생 유관 단체들이 이번 대학생 간담회에 동참 의사를 밝혀, 유가족 대책위는 오는 10월 2일까지 수도권 내 20여 곳의 대학에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간담회를 기획한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은 현재 세월호 관련 집회 등을 주관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속해 있다. 약 800여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국민대책회의는 그동안 좌편향된 특정 이념집단이 개입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목적과는 별개로 특정 이념집단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가족 대책위 입장에서도 보면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로 특별법 제정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활동력을 높이고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대학가에 까지 손을 뻗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충돌로 인해 국회 마비에 대한 여론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 시키려는 목적으로 대학생 간담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유가족들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쟁점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만을 이야기하면서 대학생들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대학생들도 함께 특별법 제정에 동조하게끔 하는 입장에서 대학가를 찾았다면 이는 ‘추모’라는 순수성에서 조금 벗어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그는 “대학 내에도 여러 조직이 있고, 사실 특정 진보 정당이 대학 내 조직들을 많이 구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사안의 경우 특정 정당과 연계된 동아리들이 움직인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한편,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2일 첫 간담회가 열린 이화여대에서 강연자로 나서 대학생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간담회에서 유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대책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던 특검 제도를 진상조사위원회 안으로 끌어 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당과 야당이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한다면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다른 입장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대변인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교수는 학생들을 향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서 사법 체계를 교란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무 근거가 없다”며 “헌법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느 기관에 줄 것인지에 대해 특별히 제약한 내용이 없다”고 부연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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