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지난해는 '지역안배' 이번엔 '계파안배' 왜?
김지영 기자
입력 2014.09.24 08:51
수정 2014.09.24 08:55
입력 2014.09.24 08:51
수정 2014.09.24 08:55
당 관계자 "핵심적으로 당 견인할 힘 갖고 있는 분들, 위기 탈출에 필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 인선을 놓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배제하고, 친노(친노무현)계 중심의 인선을 단행해 계파갈등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일각에서는 ‘계파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 위원장은 지난 21일 문재인·정세균·박지원·인재근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합류했다.
이번 비대위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계파안배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였던 문 위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수장이며, 박 위원과 정 위원은 당내에 독자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다. 인 위원은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으로, 김 전 고문의 계포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을 대표한다.
이 같은 인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개혁 추진력 확보다. 각 계파에 지분을 할당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계파의 수장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비대위의 리더십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비대위가 차기 당권주자나 계파 보스라기보다는 대체적으로 대통령 후보나 대표였던 사람들 중 현직 의원들을 위주로 구성됐다고 보는 게 옳다”면서 “모두 내로라하는, 핵심적으로 당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는 분들이니, 현재 위기를 탈출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계파안배를 통한 비대위 인선을 단행한 데에는 실질적인 당 개혁과 혁신에 대한 문 위원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문 위원과 정 위원의 경우, 전당대회 승패는 비대위 활동에 달렸다고 전망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계파갈등이 발생하거나, 개혁이 성과를 거두지 못 한다면 당 지도부로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초에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문 위원장은 당시 계파안배가 아닌 지역안배와 계층안배를 택했었다.
수도권에서는 설훈 의원(부천 원미을)과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을, 호남에서는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을, 영남에서는 배재정 의원(비례대표)과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을 각각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노동계와 청년층을 대변할 인사로 이용득 전 최고위원과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을 각각 영입했다.
당시 비대위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었다. 문 위원장의 역할이 객관적인 대선평가와 차기 전당대회 준비였던 만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인사가 필요했다.
반면 현 상황에서는 두 차례의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갈등 해소와 당 정상화가 가장 큰 과제인 만큼, 단순히 중립적인 인물보다는 당을 이끌고 통합할 리더형 인물이 필요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문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 역시 지난 22일 첫 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계파주의 청산과 혁신을 공언했다.
다만,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문 위원장과 정 위원은 계파색이 옅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과 인연 때문에 범친노로 분류된다. 여기에 문 위원까지 더하면 비대위원 절반이 친노계가 된다. 이 때문에 특정 계파 중심의 비대위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실제로 문희상 체제 하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 부상하는 문-문 투톱체제, 소위 쌍문동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며 “차라리 이 두 분이 당을 책임 있게 이끌고 심판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거기에다가 무슨 들러리를 세워놓고 계파정치를 청산한다든지 하는 건 온당하지도 않고 정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며 “일단 친노 일색, 강경파 일색으로 짜인 비대위가 책임 있게 일을 하고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