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태생적 핸디캡’에도 무르익는 MVP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08.25 00:23
수정 2014.08.26 08:22
입력 2014.08.25 00:23
수정 2014.08.26 08:22
선발투수 출전수 적은 약점 상쇄..경쟁타자들 이탈도 한몫
NL 1968년 이후 없어..랜디 존슨-페드로도 이루지 못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 동료이자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는 현역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2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벌써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커쇼는 올 시즌에도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꼽힌다. 올 시즌 커쇼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사이영상을 넘어 타자를 포함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MVP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커쇼는 지난 22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4 MLB’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 선발 등판, 8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2선발 잭 그레인키가 팔꿈치 통증 여파로 등판 간격이 밀리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뚫리자 커쇼의 선발등판이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졌지만 구위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날 승리로 커쇼는 메이저리그 다승-평균자책점(1.82)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커쇼의 MVP 영예는 점점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있지만 정작 투수가 MVP에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랜디 존슨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괴물투수들도 시즌 MVP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한 시즌 162게임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타자들과 달리 33~36게임 내외를 소화하는 투수들이 MVP가 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커쇼가 속한 내셔널리그에서 투수 출신 MVP가 나온 것은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밥 깁슨이 마지막이다. 당시 깁슨은 22승 9패 평균자책점 1.12의 독보적인 성적를 올렸다.
반면 지명타자제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오히려 투수 MVP 등장사례가 NL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1986년 로저 클레멘스, 1992년 데니스 에커슬리가 투수 출신 MVP에 선정된 바 있고, 최근에는 2011년 저스틴 벌렌더가 MVP의 감격을 누렸다.
커쇼가 MVP가 되어 마땅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보적인 개인성적은 기본이고 팀 성적 또한 훌륭하다. 노히트노런, 2경기 연속 완투 등 강렬한 기록도 남겼다. 시즌 초반 호주 개막전 등판 이후 등 근육통으로 한 달 가량의 공백이 무색한 페이스다.
경쟁자라고 할 만한 타자들의 이탈 현상도 눈에 띈다. 현재 투수와 타자를 막론하고 커쇼와 견줄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초반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던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등은 시즌 아웃됐거나 부상으로 MVP 레이스에서 사실상 밀려났다.
그나마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커쇼의 팀 동료인 야시엘 푸이그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커쇼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 타격지표에서도 고른 성적을 올리는 야수가 적고, 개인 성적이 좋아도 팀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발투수로서 어쩔 수 없이 출전수가 적다는 ‘태생적 핸디캡’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현재 커쇼에 견줄 만한 선수는 없다. 말 그대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커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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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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