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총력? CSKA 수비라인 끊어라

이상엽 객원기자
입력 2014.06.04 10:06
수정 2014.06.05 09:59

러시아, UEFA컵 우승 일군 10년 갈고 닦은 CSKA 수비라인

기량 자체 여전하지만 후반 중반 체력 급격히 약화

러시아 축구대표팀 카펠로 감독. ⓒ 게티이미지

“러시아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2014 브라질월드컵’ 원정 8강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각오다.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를 넘지 않고서는 16강 진출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말이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10년간 손발을 맞춘 수비라인을 뚫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1일(한국시각) 노르웨이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3분 만에 선취골을 뽑았지만, 후반 중반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동점골을 내줬다. 홍명보호로서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조직력의 그늘을 확인한 셈이다. 쉽게 말해 약점을 본 것이다.

러시아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한일월드컵 첫 경기 튀니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일본과 벨기에에 각각 0-1, 2-3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후 러시아는 대대적인 리빌딩에 착수했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안드레이 아르샤빈(이상 제니트),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베레주츠키 형제, 이고르 아킨페예프(이상 CSKA 모스크바) 등 신예들을 중용했다. 러시아 축구의 이른바 ‘황금세대’ 출현이었다.

그 중에서도 CSKA 모스크바의 수비를 책임지는 핵심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 수비라인은 조직력과 기량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아킨페예프는 나이 열여덟에 대표팀 넘버원 수문장 자리를 꿰찼고, 이그나셰비치와 베레주츠키 형제가 이끄는 수비라인은 클럽과 대표팀에서 발군의 활약으로 일찌감치 대표팀의 대들보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 수비라인이 짠물 수비로 본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4-05시즌 CSKA 모스크바가 유로파리그(당시 UE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당시 유럽의 변방 클럽이었던 CSKA 모스크바는 UFEA컵 32강부터 4강까지 홈에서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그런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UEFA컵 우승까지 일궜다. 2003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CSKA 모스크바에 벌어진 일대 사건이었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서도 CSKA 모스크바의 수비라인을 가동했다. 결국, 러시아는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 5골만 내주며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골키퍼는 아킨페예프, 센터백은 이그나셰비치와 바실리 베레주츠키가 이변이 없는 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CSKA의 수비라인을 뚫지 못한다면 승리는 어렵다.

그러나 홍명보호에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대표팀의 굳건한 주전 멤버였던 알렉세이 베레주츠키가 노쇠화로 예비명단에만 올랐다. 주전 센터백으로 낙점된 이그나셰비치와 바실리 베레주츠키도 각각 35,32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노련미와 경험은 풍부하지만 노르웨이전에서 드러난 체력적 문제는 분명 틈이다. 대인방어, 공중볼 등 수비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후반 드러난 체력의 한계는 집중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현재 축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국을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뒤에는 짠물 수비를 펼치는 CSKA 모스크바 수비라인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10년을 호령했던 CSKA 수비라인도 분명 틈이 있음이 드러났다. 월드컵에서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예의 짠물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상엽 기자 (4222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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