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앞에 자꾸 무너지는 안철수 리더십

이슬기 기자
입력 2014.05.02 16:07
수정 2014.05.02 16:10

기초공천에 이어 기초연금 의견 수렴서도 '리더십 부재' 지적 잇달아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연금법 절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에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또 ‘기초’ 앞에 무너졌다. 기초공천에 이은 안철수 리더십의 두 번째 오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8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기초연금법 절충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4월 임시국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던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이 무색하게 된 셈이다.

이에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130명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는 한편, 29~30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법은 2일 열리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논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리더십’에 대한 혹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론을 모으는 과정에서 의원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 실제 안 대표는 지난 3월 공동대표 직에 오른 후, 그간 주장해왔던 ‘기초시리즈’를 사실상 하나도 관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 기자단 행사에 참석해 기초연금안에 대해 “비슷한 비용이 든다면 우선 소득 수준과 연계한 뒤 제도를 시행하고, 나중에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3월에는 국민연금 연계가 전제된 기초연금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민주당 안과는 달리, 두 연금을 한시적으로 연계하는 절충안 편에 서기도 했다.

당시 안 대표는 김한길 대표와 함께 당내 중진의원들을 만나 기초연금 관련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장년층과 노년층의 표심을 좌우할 의제인 만큼 대표로서도 기초연금을 방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달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당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가 일찍이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의총에서 발언한 25명 중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기초연금법 절충안이 당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궁지에 몰린 안 대표는 또다시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여론조사를 들고 나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도부가 스스로 리더십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무공천 철회’서도 보이는 안철수 리더십의 데자뷰

이처럼 약속과 당내 반발, 그리고 여론조사와 약속 철회 구도는 기초선거 무공천 당시와도 다를 바가 없다.

기초공천 폐지는 안 대표가 이미 통합 전부터 ‘거짓 대 약속’의 프레임으로 전면에 내세운 의제인 동시에 합당의 명분이자 핵심 고리였다.

하지만 곧 ‘선거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당내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할 경우에 대한 책임론까지 더해졌다.

사면초가의 안 대표가 선택한 것은 여론조사.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설문 문구와 4.28%(권리당원), 0.82%(국민여론조사)에 불과한 차이를 뒤로하고 안 대표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만 남긴 채 함구했다.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일자 안 대표는 재빨리 ‘기성정당’이라는 공공의 적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그는 지난 10일 공천 관련 마지막 입장표명 자리에서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우리들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한 줄의 사과 직후, 지난 대선에서 무공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에 대해 5분 가까이 발언했다.

안 대표는 이어 “당은 공천 받아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줄 세우는 중앙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정치인은 거짓말쟁이고 공약은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비판해도 아무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약속 파기’에 대해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해야 할 리더가 마지막까지 개인적 억울함을 내세워 남 탓을 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안철수라는 인물 자체가 단기간에 잊혀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적 합의에 실패하면서 안철수 리더십이 더욱 위축된 상황”이라며 “이것을 극복 하는 것이 안철수 대표의 임무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내 위상을 갖추지 못하면 앞으로 리더십을 인정받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며 “본인이 정치권에 들어와 있다는 정확한 인식과 규범, 그리고 현실적 타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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