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짝'의 비극…"인격적 모멸"
김명신 기자
입력 2014.03.06 08:57
수정 2014.03.06 09:54
입력 2014.03.06 08:57
수정 2014.03.06 09:54
출연자 논란 등 잇단 구설 속 사망사고
어머니 통화, SNS 문자 등 의혹 여전
"화장실 앞에서 까지 찍는다. 나는 비련의 주인공 컨셉트다. 인격적으로 힘들다.”
일반인을 상대로 자신의 짝을 찾아나선 선남선녀들의 모습을 리얼로 그려내며 고정 마니아 층의 인기를 얻고 있던 SBS 예능 프로그램 '짝'이 비극적 결말로 치닫고 있다. 녹화 중이던 여성 출연자가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와 자신의 어머니에게 “힘들다”는 전화통화를 남긴 후 돌연 사망했다.
제주도 촬영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유서나 가족들의 증언 등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변의 SNS글 등을 참고하며 촬영 과정에서 과도한 연출로 인한 압박이나 무리한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과연 지난 달 27일부터 사건이 발생한 5일까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도권 대학에서 근무 중이던 A씨(사망한 여성 출연자)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 직접 ‘짝’에 출연 신청서를 넣었고 면접 후 출연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첫인상 선택에서 3명의 남성으로부터 지목을 받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촬영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을 덜 받기 시작했고 사망 직전 최종 선택 녹화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이 마음을 뒀던 남성이 그녀를 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남모를 스트레스와 고충을 토로하며 힘겨워 했다고 유족과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마음에 두고 있는 남성에게)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 따른 마음 고통이 컸다는 것.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의 친구는 "다른 사람들은 커플 되고 자기는 혼자 있는데 계속 (카메라가) 따라다녀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잠도 못 자고 많이 아팠다더라“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친구는 "비련의 주인공 캐릭터로 잡아갔다. 화장실 앞까지 따라와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호소, "인격적으로, 여자로서 힘들어한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사망 당일인 5일 새벽 '짝' 출연자들과 거실에 모여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진행된 촬영의 마지막을 앞둔 회식 자리였고 잠깐 참여한 그녀는 돌연 자신의 방으로 갔다. 이후 같은 방을 썼던 여성 출연자 B씨가 화장실이 잠긴 상태서 인기척이 없는 상황을 수상하게 여겨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고 강제로 문을 연 후 목을 맨 채 숨겨 있는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명백한 자살"이라며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촬영 중 문제점이나 다툼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건 전 정황을 전했다. 우울증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황으로, 병원을 통해 내역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장실에서 발견됐다는 유서 일부에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제진들에게 많은 배려 받았다. 단지 여기서 짝이 되고 안되고가 아니고 삶이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은 A씨의 부모와 ‘짝’ 제작진, 출연진 등에 대한 조사를 한 데 이어 촬영 내용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확보해 촬영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A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 내용, SNS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측은 무리한 촬영 강요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귀포에서 촬영한 내용은 '짝 70기'로 이달 말 방송 예정이었다. 하지만 SBS는 이를 폐기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68기 2회분부터 결방 상태다. 프로그램 존폐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타격도 타격이지만 해당 게시판에는 진상 규명, 일반인의 신상털기, 출연진의 스트레스 등을 지적하며 폐지하라는 글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성스캔들에 이어 조작 논란, 연예인 지망생 홍보 논란 등 온갖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짝'이 이번에는 출연자 사망 사건으로 그 파장이 더욱 거세다.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만큼, 책임 여부를 회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짝’은 리얼리티 커플 찾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극도의 심리게임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실명만 제외했지 구체적인 개인 신상 프로필을 공개하는 가 하면, 이후 만남과 결혼 등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무엇보다 출연자는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장소에서 이성에 집중해야 하고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나 희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 대하는 행동이나, 자신이 원하는 짝과 되지 않았을 때의 고통이 그대로 그려진다. 때문에 ‘짝’을 예능이 아닌 심리전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한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적 심리를 시청자들은 ‘재미’로 지켜본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 출연자들을 위한 배려나 최소한의 안전장치 보다는 ‘출연자들끼리의 이성교제’라는 민감한 사안을 더욱 자극적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시선몰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출연자들의 심리적 불안 상태나 압박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잇단 구설과 논란 속에서도 사과 한 번으로 꿋꿋이 방송을 이어오던 ‘짝’이 출연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식으로 마무리가 될까.
'짝' 제작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은 유감이다.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표명한다"며 "함께 출연한 분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겨드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진은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사과글을 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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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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