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한 공통공약 83개 '안녕들 하십니까?"

김지영 기자
입력 2013.12.29 10:26
수정 2013.12.29 10:32

지난 4월 양당 지도부 6월까지 처리키로 합의

올해 끝나가는데 대부분 법안 논의조차 없어

지난 4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이한구, 박기춘 원내대표와 나성린,변재일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6인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함께 손을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임시회에서 우선 논의키로 합의했던 83개 민생·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올해가 끝나가도록 처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비롯한 현안에 발이 묶여 정작 처리가 필요한 법안들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여야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된 6인 협의체는 지난 4월 12일 회동을 갖고 83개 민생·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6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50여개 법안은 여야가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웠던 공통공약으로, 이미 합의된 법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기국회 회기를 일주일여 남겨둔 현재 여야가 합의했던 법안들은 자취를 감췄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합의 법안은 15개. 나머지 법안들은 여야 공통과제란 이름마저 무색한 처지다.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법안들 가운데, 26일(26일 기준)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당시 합의한 사항과 별개로 연찬회에서 선별한 126개 법안 처리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역시 여야가 공통으로 발의한 법안들은 우선 논의하겠지만, 공통과제 법안들을 별도로 검토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여야 지도부가 지난 4월 내세웠던 합의는 깨진 셈이다.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법안은 대부분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다. 경제사범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를 줄이고, 형량을 늘리는 내용의 특경가법은 책임주의 원칙에 저촉되고, 죄형간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단 이유로 소위에 회부됐다.

금융사 사외이사의 적격요건을 강화하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도 이번 국회에서 소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아 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밖에 우선순위에 밀려 소위 상정이 무산된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빨라도 내년 2월에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면법의 경우 여당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야당은 사면권 기준 확립을 각각 요구하고 있어 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해도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한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은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아도 항소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받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공안사범에 대해서만 사면권을 제한한다면 우리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중등학교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또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차례 발의됐으나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안만 소위에 회부됐을 뿐, 이번 국회에선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도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창조경제, 지하경제 양성화 법안인 ‘외국인투자촉진법’, ‘FIU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부자특혜 논란 등으로 향방이 불분명하다.

특히 FIU법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 여당이 제출한 원안이 아닌 민주당의 대안으로 처리되면서 거래계좌 원본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국세청이 FIU 정보를 받을 때 사전 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수정됐다. 계좌추적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고,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가 반감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FIU법 재개정을 촉구했으나 국세청의 탈세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현재까지 발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세청의 차명계좌, 자금세탁 추적 권한을 강화하고 금융범죄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등의 전혀 엉뚱한 개정안만 잇달아 발의됐다.

경제민주화, 노동 문제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올 초부터 발의돼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이 산적해있다.

대표적으로 기간제·단시간근로자의 처우 차별을 개선하는 ‘기간제근로자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사업장 내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는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최저임금법 위한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기간제근로자 보호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여야 합의로 전체회의 질의 순서에 넣었으나 다른 법안들에 밀려 논의가 무산됐다. 최저임금법과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법은 여당의 반대로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환노위는 현재 모든 의사일정이 종료된 상황이다.

다만 일정 부분 소득도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3일 공포됐으며,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 법안 소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도 상당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처리됐다.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자나 부당지원을 통해 이득을 얻은 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일명 ‘프렌차이즈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업조장기간을 단축해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6월 국회에서 처리됐다.

한편, 여야는 오는 3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안 등 현안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이 철도파업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철도사업법의 경우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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