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460만표 받았던 대통령후보 맞나?
김지영 기자
입력 2013.10.24 11:32
수정 2013.10.25 11:25
입력 2013.10.24 11:32
수정 2013.10.25 11:25
<기자수첩>이석기 사태엔 '침묵' 청와대 침묵엔 '버럭'
'타이밍 정치' '형님 정치' 모습 아닌지 되돌아봐야
문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면서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아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개인의 성명치고 꽤나 내용이 거창하다. 아직도 본인을 당대표를 겸하는 대통령 후보라 생각하는 건지, 본인이 당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마당에 문 의원의 성명은 뜬금없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한다. 하지만 정당에 속한 문 의원과는 상황이 다르다.
문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임시지도부를 구성했다.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정식지도부가 존재한다. 그러나 문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아닌 SNS, 이메일 등 개인채널을 통해 언론과 국민에 개인의 입장을 전한다. 지도부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태다.
앞서도 문 의원은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주장했다. 당시 회의록 열람은 여당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란 당내 여론이 팽배했지만, 문 의원은 정치적 책임까지 운운하며 회의록 열람을 강력히 촉구했다. 해당 안건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고, 여야는 열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문 의원이 지도부의 입장과 당론을 뒤엎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다는 이유로 당권을 틀어쥐어야 한다면 정동영 상임고문은 현재 민주당에서 상왕(上王) 노릇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은 끝났고, 현재 투표로 선출된 새로운 지도부가 존재하는 만큼 과거 지도부 역시 현 지도부를 존중해야 한다.
이석기 사태엔 ‘침묵’, 청와대 침묵엔 ‘버럭’
문 의원의 주장 자체도 문제다. 본인에 대한 의혹엔 침묵하면서 아직 1심 판결도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측은 지난달부터 문 의원이 참여정부 민적수석비서관 시절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이석기 의원에 대한 가석방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법무부 국정감사 땐 해당 사안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으며, 오후 질의에선 문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문 의원은 아직까지 이 의원의 가석방과 관련,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23일 성명에서도 문 의원은 민주주의와 헌법까지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정작 국기를 뒤흔든 내란음모 사태와 이 의원의 가석방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삼갔다. 본인에게 관대한 전형적인 이중 잣대로 볼 수 있다.
특히 문 의원은 성명과 같은 의사표현을 일종의 정체공세로 악용하는 듯하다. 발표 시점만 봐도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땐 침묵을 유지하다 민주당 편으로 여론이 쏠리면 그때 가서야 밥숟가락을 얹는다.
올해 초 대선 부정개표 논란을 둘러싸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재검표 요구가 빗발쳤을 때, 문 의원은 성명이나 공식발표 대신 SNS에 지지자들의 행동에 마음이 무겁다는 등 관망조의 글만 남겼다.
하지만 NLL 회의록 전문이 공개되고, 회의록에 나온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는 여론이 우세하단 설문조사가 나오자 문 의원은 원문 공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재검표 요구에 가세하면 ‘대선불복’으로 비춰지는 반면, 회의록을 공개하면 정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명도 마찬가지다.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막말로 ‘대선불복’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땐 침묵하던 문 의원이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분,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등이 불거지자 다시 나섰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엔 나타나지도 않던 문 의원이 말이다.
본인에게 관대한 ‘이중 잣대’, 지지자들과 여론의 눈치만 보는 ‘타이밍 정치’, 당론을 무시하는 ‘형님 정치’, 지금 문 의원이 보여주는 모습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단지 지금의 문 의원만 보자면 지난 대선에서 1460만 표를 얻었던 대통령 후보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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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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