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T 감독, 김성근 야구철학 계승할까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8.02 12:02 수정 2013.08.03 10:29

리빌딩 귀재 조범현 감독 KT 감독 선임

스승 김성근 감독과 같은 길 걸을지 관심


프로야구 제10구단 KT 위즈가 리빌딩의 귀재 조범현 감독 체제로 출범한다.

KT 구단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범현 감독과 3년 간 계약금, 연봉 총액 1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발표했다.

지휘봉을 잡게 된 조범현 감독은 “국내 최고의 통신기업이자 국민기업인 KT의 프로야구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어 매우 영광이다”라며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와 노력을 통해 신생 구단인 KT가 중장기적으로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단단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조범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되자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조범현 감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바로 스승인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특히 두 사람은 이번 KT 감독 후보군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경쟁자적 관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70년대 후반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를 맡았을 당시의 제자가 조범현 감독이며, 프로에 와서도 OB 베어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어 삼성에서도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두 사람은 조범현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감독과 코치의 관계로 발전한다.

이후 쌍방울에서 감독과 배터리 코치로 인연을 이어나간 스승과 제자는 박경완이라는 걸출한 포수를 길러냈고, 99년 쌍방울의 해체를 끝으로 더 이상 같은 유니폼을 입는 일은 없게 된다.

조범현 감독은 2003년 SK 감독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어 2006시즌 후 감독직에서 물러날 당시, 김성근 감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후일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SK 왕조는 조 감독이 기틀을 마련했고, 김 감독이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IA 사령탑에 올랐던 2009년에는 처음으로 스승과 맞대결을 펼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승부욕이 남다른 김성근 감독도 7차전이 끝난 뒤 조 감독이 찾아와 고개를 숙이자 대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악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제 관심은 조범현 체제로 출범하는 KT가 과연 어떤 색깔을 입을 것인가의 여부다. 잘 알려진 대로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같지만 다른 야구를 펼친다. 김 감독이 철두철미한 데이터 분석과 엄격한 선수단 관리로 팀을 이끈다면, 조 감독은 데이터 야구는 계승하되 좀 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기로 유명하다.

유망주 육성과 숨은 보석의 발굴, 그리고 객관적인 전력 이상으로 팀 성적을 내는 것은 두 사람이 똑 닮아있다.

실제로 조범현 감독이 SK를 맡았을 당시 팀은 제대로 된 정비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출범 초기 팀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SK를 맡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며 리빌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위권 팀이었던 KIA를 2009년 우승으로 이끈 점 또한 조범현 감독의 공로 중 하나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도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 LG에서 물러난 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코치직을 맡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구에 대한 시각이 넓어져 SK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두 감독 모두 현역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의 행보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현재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조 감독은 최근까지 삼성의 포수 인스트럭터를 맡았다.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자리와 위치는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조범현 감독은 2011년 KIA에서 물러난 뒤 3년 만에 복귀했다. 스승이 SK를 맡기 전 4년간의 공백에서 야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듯 제자의 지난 3년도 자신의 야구 철학을 다시 갈고 닦는 시간이었다. 리빌딩의 귀재라 불리는 조범현 감독의 KT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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