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협동조합도시, 개인 취향을 시정에...”
김소정 기자
입력 2013.05.23 10:20
수정 2013.05.23 10:49
입력 2013.05.23 10:20
수정 2013.05.23 10:49
<인터뷰>김정호 교수 "협동조합에 정부예산 왜 쓰나"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동조합도시 선포야말로 개인의 취향을 시정에 반영한 것”이라면서 “개인의 이념적 성향을 충족시키려고 협동조합을 시정으로 채택하고 NGO 출신 인사들을 활동가로 모아서 세금을 투입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동업 좀 하자는 것으로 정부는 활로만 열어주면 되는 것이지 직접 나서서 상담하고 교육하며 주도해나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구나 박 시장이 향후 10년동안 8000개 조합을 목표로 삼을 만큼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동조합을 주요 시정으로 발표하고 이를 지원할 활동가까지 육성할 계획을 밝히자 이를 선거조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졌다.
박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협동조합도시’를 선포하고 협동조합 설립 상담과 교육 컨설팅을 위해서만 올해 8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마을공동체를 포함해 공동체를 지원할 활동가 3180명을 육성하기 위해 총 20여개 분야에 222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비즈니스 형태 중 하나인 협동조합을 관이 주도하면서 정부예산까지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기본법에서 협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이 모여 조직력을 발휘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정치인들이 활용하려 든다면 자칫 선거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성은 이미 제기된 상태이다.
실제로 작년 기본법이 통과되고 1년여 유예기간 동안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각 지구당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의 재정 기반이나 조직 운영에 대한 교육을 발빠르게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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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최근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지난 4월 첫 공개활동으로 협동조합 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협동조합을 주요 정책으로 삼은 박 시장은 지난 1월 보수진영 시민사회가 발족시킨 ‘한국협동조합연대’ 출범식에 불참하는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협동조합은 여러 비즈니스 형태 중 하나로 그 성패 역시 소비자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선키스트처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해서 많이 팔리면 성공할 수 있을텐데 굳이 세금으로 사업을 돕는 것은 다른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박 시장이 내세운 8000개의 협동조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라면서 “특히 동업하기 힘든 토양에서 정부 지원금을 들여 추진하다보면 그 지원이 끝날 때 사업도 끝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예산으로 부추기기보다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을 좋아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해서 시장원리로 발전시켜야 선키스트처럼 성공하는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한 만큼 의결권을 갖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얼마를 투자하든 1인1표제이다. 지난해 12월 1일 발표된 기본법에 따라 설립 동의자 5명 이상만 있으면 출자금 제한없이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조합을 설립하려면 출자금이 3억원 이상에 설립 동의자가 200명 이상이어야 했다. 이 때문에 농협·수협·축협 등 거대 조직만 있었으나 이젠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상인들도 조합 형태로 공동 납품과 구매가 가능해져 이윤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협동조합은 일반 법인기업과 같이 대규모 자본과 인력 투입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체도 아니고, 1인1표제인 탓에 현실적으로 거대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면서 “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홍보를 강화해서 자생적인 조합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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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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