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 포괄적차별금지법, 이번엔 통과될까?

조소영 기자
입력 2013.05.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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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④>"남자 며느리-여자사위 인정할건가" 반대여론 만만치 않아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전화가 몇 십통씩 옵니다.”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하루 내내 협박 전화에 메일함 또한 같은 처지다. 세 사람이 협박에 시달리는 원인은 ‘포괄적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 때문. 김한길·최 의원은 지난 2월,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뒤부터 협박이 계속됐고, 결국 김한길·최 의원은 19일 법안 철회를 택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학력, 출신지역,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인종, 피부색, 언어, 용모 등 신체조건과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범죄전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금지하는 법안이다. 쉽게 말하자면 장애인·동성애자·이주민·미혼모 등에 대한 따가운 눈길을 모두 거두자는 것이다.

차별을 거두자는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그동안 제정은 번번이 실패해왔다. 종교계 등에서는 동성애 조장·이단 생성·국가보안법의 유명무실화 등을 지적했다. 재계도 경쟁력 있는 사원을 뽑으려는 시도가 자칫 차별이라는 눈길을 받을 수 있는 등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대한 제약사항이 될 수 있다면서 탐탁지 않아 했다. 이외에도 갖가지 지적이 쏟아졌다.

‘차별금지법’ 입법은 2007년 처음 예고됐다. 하지만 의회선교연합에서 ‘성적지향’ 부분을 두고 동성애가 조장된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결국 법제처는 성적지향을 비롯한 7개 항목을 제외한 채 심의를 진행했으나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시정명령권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제성 조항이 사라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다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2008년 폐기됐다.

2010년 법무부에서 다시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까지 출범시켜 ‘차별금지법’에 대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지지만,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또다시 법안은 무산된다. 하지만 법안 추진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김재연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통진당 의원 10인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아울러 박근혜 당선인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40대 국정과제에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포함하고, 최근 유엔(UN)의 ‘제2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를 두고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당 법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평등'일까, '역차별'일까

하지만 ‘차별금지법’의 현재 상황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은 없다. 과거와 동일한 내용의 반대 목소리가 들려오고, 오히려 ‘삼수생’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지난 22일 한국교계 동성애·동성혼 입법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를 잘 담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와 동성혼은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비윤리적인 행위이자 해당 법안은 남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가정을 보호하는 우리 헌법과 민법, 형법 질서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단히 잘못된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위원회는 이어 ‘종교’와 관련해서도 반사회적·반윤리적 집단인 이단의 합법화를 갖고 오게 될 것이며, ‘사상’에 있어서도 북한의 ‘주체사상’이 교육적으로 설파돼도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법안을 반대하는 측에선 ‘범죄전력’이 있는 이가 ‘낙인효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잠재적 피해자’는 양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역시 ‘성적지향’ 부분이다. 법안을 낸 의원들이 받는 항의전화 내용을 살펴봐도 이 부분에 대한 항의가 반 이상이다. 대부분은 법안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전제 아래 ‘남자 며느리-여자 사위’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사회·윤리적으로 혼돈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측에선 “동성애 자체는 법안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개개인의 선택”이라며 “법안은 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개인의 선택이 대다수에게 ‘차별의 시선’을 받지 않을 평등권이 방점이라는 것이다. 찬성 측 일각에선 최근 세계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바람이 부는 것도 염두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법안 반대 측에선 ‘역차별’에 대한 얘기까지도 나온다.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오히려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개인이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표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차별이 아니냐는 뜻이다.

동일선상에서 법안 용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금지’는 법이나 규칙, 명령 등으로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인데 그보다는 어떤 행동 등에 맞선다는 ‘반대’가 더 맞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시정명령 등 강제적인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기 어려워져 어렵사리 법안 제정이 돼도 ‘허공에 떠도는 구호’만이 될 수 있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별금지법’은 최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김한길·최 의원과 김재연 의원까지 발의한 3건의 법안이 계류돼있었지만, 근래 김한길·최 의원의 철회 방침으로 현재는 김 의원의 법안만이 남은 상태다. 거센 반발이 있긴 하지만, 향후에도 김 의원 측은 법안을 지속적으로 관철시켜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 의원 측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원실로 전화하는 분들을 보면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 자극적으로 발췌된 부분만 보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한다. 정리된 법안을 보여드리면 이해를 하신다”면서 “왜곡되거나 오해된 측면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이를 해소하는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종교계·동성애단체·재계·여성단체 등 쟁쟁한 단체들이 해당 법안을 두고 각자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김 의원의 ‘차별금지법’이 ‘삼수생의 도전’에 성공할지, 성공한다면 언제쯤 하게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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