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관 그들은③] "의원 보좌관도 이제 전문가 시?


입력 2006.03.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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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고성학 보좌관(김형오 의원실)이 말하는 ´보좌관의 길´

“국회의원 보좌관도 이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돼야 합니다.”

한나라당 김형오(부산 영도) 의원실의 고성학(47) 보좌관.

지난 1988년 13대 국회 때 처음으로 국회 의원회관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로 만 18년째 보좌관 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만 하면 의원 보좌관들 중에서도 ‘최고참급.’

웬만하면 선거 출마를 권유를 받을 듯도 싶은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단다.

처음 보좌관 생활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 없었다는 그.

“정치를 배우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인 만큼, 보좌관은 ‘스태프’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고 보좌관은 말한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수많은 보좌관들이 의원회관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라도 ‘전문 보좌관’의 꿈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성학 보좌관의 경우 김형오 의원이 10년여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으로 있는 동안 사실상 이 분야를 전담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국정감사 이후 김 의원이 국정원 등 국가수사기관의 도·감청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얻어낸 ‘통신비밀보호법’의 전면 개정과 이를 통한 통신 인권 신장은 그가 꼽는 ‘보좌관 생활을 통해 느낀 보람’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전문가’를 향한 길을 걸어온 고 보좌관은 지난해 말 정치권력과 도·감청의 관계를 풀어낸 논문 ‘한국의 정치 민주화와 감시권력의 변화’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았다.

요즘이야 석·박사급 이상의 보좌관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현역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대학원 수업을 듣고 학위까지 취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 보좌관 역시 “다행히도 2001년부터 의원님이 과기정위원장으로 가시면서 업무에 부담이 줄어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었다”며 “‘의원님이 가시는 곳이 일터이고 전화 받을 때가 일하는 시간’인 보좌관들에게 자기 계발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좌관들의 학습 여건이 부족하다”는 게 고 보좌관의 불만 사항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엔 남이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자신의 노력이 절실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고 보좌관은 ▲정책적 기능과 ▲정치적 기능, 그리고 ▲비서적 기능의 세 가지를 보좌관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정책적 기능’과 ‘정치적’ 기능은 ‘모시는’ 의원의 연차 등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비서적 기능’만큼은 모든 보좌관들의 근본이 돼야 한다”는 게 ‘베테랑’ 고 보좌관의 설명이다.

그는 “보좌관들에게는 의원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며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항상 초심(初心)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서강대(정외과), 숭실대 대학원(정외과)을 마친 고성학 보좌관은 1988년 보좌관 활동을 시작해 1992년 14대 국회 때부터 김형오 의원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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