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노 정권, 미숙한데다 오만과 독선"
입력 2005.08.10 16:03
수정 2005.08.10 18:27
데일리안 인터뷰 "호남기류 변화 의미심장한 일"
"안기부 도청, 공개논쟁 의미 없어…현재도 진행되느냐가 문제"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9일 "노무현 정권은 모든 지표에서 전임정권보다 상당히 빠른 시기에 최소한의 심리적 저지선이 위협받는 상태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한 정부의 성적표는 각종 경제지표, 특히 민생지표, 여론조사상의 지지도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제, 이같이 말하고 "노 정권은 미숙한데다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붕괴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27%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정권의 산파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 원내대표는 "노 정권이 유연성을 갖고 상대를 존중, 보완해야함에도 독선으로 이어왔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선을 버리고 각 분야마다 안정감과 균형감각을 갖춘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또 "각 분야에서 최고가 아니면서 비슷비슷한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민으로 부터 골고루 인정받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유연성과 실효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국회 사령탑인 이 대표는 이와함께 최근의 불법도청 파문 등 정치전반과 당의 진로에 대한 입장을 가감 없이 밝혔다.
호남지역지지도 민주당의 열린당 추월은 ‘의미심장한 일’
먼저 이 원내대표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호남지역에서의 민주당 지지도 상승세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결과 올해 처음 호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을 따돌리고 선두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내대표는 "전남지역을 거쳐, 광주전남, 이제는 호남전체에서 열린당에 역전했다"고 분석하고 "이러한 조사결과는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노무현 정부, 열린당의 연이은 실책과 지역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행보에 기인한 반사이익이 더 크다"면서 "이러한 상승세를 민주당이 자력으로 이끌어내는데 주력해야한다"고 말해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이후 열린당 내 일부 호남지역 의원의 ‘반노행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거취나 행보를 거론한다는 것은 자칫 무책임하고 부정확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적을 옮긴다거나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역단체장들의 (열린당 탈당, 민주당 복귀 등) 움직임이 부단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민심의 흐름에 따라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호남에서의 ´민주당 대세론´에 무게를 실었다.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은 ‘건설적 우호관계’ 이뤄가야
합당? 이혼도 어렵지만 재혼은 더 어렵다
여야 각당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영입문제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건설적 우호관계’라는 표현으로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관계를 설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고건 전 총리가 민주당에 온다면 고마운 일 아닌가"라면서도 "그러나 일방의 기대만 요구할 수는 없으며, 양쪽 다 이익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해 성숙된 분위기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고 전 총리의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지만, 현재 정당구도가 (고 전 총리에게) 우호적이 아닌 상황에서 굳이 고른다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민주당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고 전 총리에 대한 지지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야 본격적인 행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열린당과의 합당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혼도 어렵지만 재혼은 더 어렵다"며 "노 정권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등 최근 정치지형을 볼 때 민주당과의 선거에서의 협력, 연정, 합당 등은 예전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구도 타파, 개헌논의, 대선구도 등의 요인으로 정치판의 유동성은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또 다른 질서가 생길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정원 발표, ‘노 사전에 알았을 것, DJ에게 덮어씌우기는 문제’
‘음모론’은 근거 없지만 모종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 충분
옛 안기부 도청사건의 본질과 핵심을 묻는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미림팀이라는 불법조직을 만들어 국가기관이 조직적인 국내사찰을 위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정리했다.
또 "도청의 피해자이자 인권운동을 위해 평생을 바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그 정부에서 도청이 행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로 인한 국민의 충격은 다름아닌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드러난 것과 지도층의 적나라한 도덕적 붕괴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화갑 대표가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음모론’은 국정원 발표에 대해 노 대통령이 미리 알았을 것이며, 발표 여부와 그 내용에 동의가 있지 않았겠냐는 주장"이라며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의도가 끼어들지 않았나하는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음모는 없었다고 해명한 그 말이 맞길 바란다"면서도 "앞으로도 상황의 변화양상에 따라 정략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은 다분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지난 5일 국정원의 DJ정부 시절 도청사실 시인 발표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이의가 있다’는 표현으로 불편한 심기를 대신했다.
먼저 "도청은 불법이고 감청은 합법적인데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DJ정부에서 도감청을 했다고 발표했다"며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부분을 뒤범벅시켜 DJ에게 덧씌운 꼴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50년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4년후에야 끊는데 성공했다면, 그 지난 4년동안의 흡연만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냐"며 DJ정부를 겨냥한 국정원의 발표에 반감을 표했다.
이어 "해방 50년에 취임한 DJ정부가 지난 50년간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도청 근절을 강력히 지시했음에도 체질때문에 끊는데(도청근절에) 4년이 더 걸린 셈일 뿐"이라고 비유했다.
옛 안기부 도청, 특검으로 해결해야…공개시비 특별법은 무의미
법적책임외 사회적, 정치적 문제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해결할 수도
노대통령과 열린당의 특별법 도입주장에 맞서 야4당이 도청관련 특검법을 제출한 가운데, 이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정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안의 특성상 정부에 속한 검찰보다는 조금은 독립적인 특검이 옳다"며 수사대상에 대해선 "YS정부 이후 이루어진 도청실상과 도청결과에 대한 유출, 공개, 그리고 이를 거래한 행위와 이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행위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내용공개 논란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97년 이전 도청된 것, 특히 전부가 아니고 ‘일부’테이프를 ‘이상한’ 사람이 ‘불순한’ 의도로 지참해왔고, (국정원) 밖으로 들고 나간 것을 가지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은 98년 이후(DJ정부에서) 도청이 있었다고 발표하고선 내용을 전부 폐기한 것으로 발표했다"며 "새로운 것은 공개할 수 없는데 예전 것을, 더구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나간 테이프를 두고 공개여부에 집착하는 것은 형평상, 법리상 옳은 것이냐고 묻고 싶다"며 ‘비공개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새롭고 더 많은 것은 덮어두고 과거의 일에 대해 공개여부를 따지는 특별법은 필요없다"며 "특검을 통해 위법사실이 확인됐다면 결과발표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정조사가 가능하다면 현재의 도청여부를 밝히는 것이 우선 될 것이며, 특검으로 가더라도 처음부터 법적책임이 아닌사항, 즉 언론의 자세나 사회적 정치적 책임에 관한 문제는 청문회를 통하면 좋을 것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도청파문으로 인한 국정원의 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을 해체한다거나 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은 성급하고 무책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주권국가로서 정보수집과 분석을 안할 수 없으며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 해야할 일과 하지않아야할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정책위차원에서 금명간 ´국정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민주당은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 자력으로 지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