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축구´ 일본 vs´16강 DNA´ 덴마크
입력 2010.06.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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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득실 앞선 일본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
오카다 ‘10-0’ 이기는 축구 천명, 허풍 발동?
극단적 ‘수비축구’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일본이 ‘16강 DNA’를 지닌 덴마크마저 울릴 수 있을까.
일본과 덴마크는 25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루스텐버그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E조 3차전에서 맞붙는다.
현재 1승 1패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일본이 1골 앞서 유리한 입장이다. 일본은 덴마크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되지만, 덴마크는 승리 외에는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전혀 없다.
양 팀은 1971년 A매치에서 한 차례 맞붙어 덴마크가 일본을 3-2로 제압한 바 있지만 이후 맞대결은 처음이다. 무려 39년 만에 펼쳐지는 리턴매치인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덴마크가 36위, 일본이 45위. 두 팀 모두 카메룬을 상대로 승리했고 네덜란드에 패했을 만큼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를 앞둔 ‘허풍추구의 대명사’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앞선 2경기에서 선전한 탓인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23일 일본 일간지 <석간후지> 보도에 따르면, 오카다 감독은 “0-0은 생각하지 않는다.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한다”며 “10-0으로 이기면 이상적이다”고 말해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무승부 작전으로 나설 것이라는 주위의 전망을 보기 좋게 비웃은 것.
그러나 오카다 감독의 말을 있는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대회 직전까지도 4강 운운하며 허풍을 떨었지만, 막상 본선에선 소심한 수비축구를 추구한 바 있어 덴마크전에서도 극단적인 수비전술이 예상된다.
일본은 카메룬-네덜란드전에서도 이 같은 수비전술이 저력을 발휘한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미드필더진과 포백의 폭을 좁히고 수비 균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상대 패스의 길목과 침투 공간을 봉쇄하는 것이 일본 수비의 특징이다.
사뮈엘 에토를 앞세운 카메룬의 공격은 이 같은 일본의 수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롱볼 축구만을 남발했다는 평가다. 우승후보 네덜란드 역시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중거리포를 터뜨려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판 페르시-판 더르 파르트-카위트 등은 철저히 봉쇄당했다.
덴마크는 일본전에서 벤트너-토마손-롬메달로 짜인 쓰리톱을 내세울 방침이다. 그러나 벤트너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데다 토마손-롬메달이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오카다 감독은 덴마크 공격 봉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덴마크는 11월 홈에서 치러진 한국과의 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0-0으로 비겼다. 특히, 이날 경기는 일본이 덴마크전 해법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게 분명하다.
일본은 포백의 단단한 응집력과 엔도-아베-하세베로 짜인 중원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덴마크 공격을 철저히 봉쇄할 계획이다.
일본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공격력이다. 카메룬전에서는 혼다 케이스케의 결승골로 승리했지만 네덜란드전에서는 볼 키핑력 부족과 공간 창출 실패로 상대 진영을 위협하지 못했다. 일본 선수들이 덴마크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이 약해 몸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한편, 일본과 상대하는 덴마크는 그동안 월드컵 본선에 3번 진출해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유럽 예선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버티는 포르투갈과 스웨덴을 제치고 1위로 본선에 오른 저력이 있다.
철저한 팀워크가 강점으로 놀라운 응집력을 갖춘 팀인 만큼, 벼랑 끝에서 치르는 일본전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일본은 네덜란드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극복하지 못했기에 네덜란드 못지않은 조직력을 과시하는 덴마크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특히 다부진 피지컬을 바탕으로 수비망을 견고하게 구축하면 일본의 공격은 쉽게 막아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려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각오다.
일본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덴마크의 키 플레이어는 데니스 롬메달이다. 질풍 같은 스피드와 과감한 문전침투가 강점인 그는 지난 카메룬전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네덜란드가 일본의 질식수비를 뚫기 위해선 롬메달의 활약은 필수다.
한편, 현재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네덜란드와 2패로 탈락이 확정된 카메룬은 같은 시간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서 맞대결을 펼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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