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환단고기 발언에 진중권 "대통령실 해명이 오히려 문제 키워"
입력 2025.12.15 11:31
수정 2025.12.15 11:32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그냥 말이 헛 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일인데 대통령실 해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단고기가 졸지에 역사학의 '문헌'이 돼버렸다"며 "'환빠(환단고기 추종자)'는 25년 전 철 지난 유행인데, 왜 갑자기 다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저 대통령 개인의 단순한 실수나 교양의 결핍 정도로 넘길 수 있을지 불길한 예감"이라며 방송인 김어준이 과거 제기했던 '개표조작 음모론'을 예로 들었다.
진 교수는 "김어준이라는 이야기꾼의 허구가 한국이나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전문 용어를 동원해 'K값' 같은 과학적 이론으로 둔갑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어준이 먼저 허구를 말하면 학자들이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구조"라며 "그 과정에서 허구가 사실처럼 포장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산하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느냐"며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지 않냐"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소위 재야사학자들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에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가 문헌이 아니냐"고 되물으며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의 활동 무대가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 걸쳐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책으로,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위서로 평가받고 있다.
야권이 이 대통령의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비판하자 대통령실은 14일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지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결론이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인지하는지, 역사관을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의 질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