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티드 부츠 – 11월을 걷는 방식 [김민정의 패션노트③]
입력 2025.11.06 14:23
수정 2025.11.06 14:23
11월, 옷차림의 균형 감각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기온은 예상보다 한발 먼저 겨울에 닿았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망설임이 길어지는 이유다. 가벼웠던 재킷은 이제 제 역할을 다한 듯하고, 코트를 꺼내기엔 여전히 낮의 햇살이 남아 있다.이 모호한 계절의 경계에서 스타일을 완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부츠다.
이번 달, 눈여겨볼 키워드는 단연 ‘포인티드 토(Pointed Toe)’ 롱부츠다. 앞코의 선이 길어지며 다리는 더 곧게, 전체 실루엣은 더 정돈되어 보인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심하게 드러나는 세련미는 포인티드 토만의 매력이다. 그래서 11월을 걷는 방식은 발끝에서 결정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솔트앤초콜릿의 ‘러스티 와이드 롱부츠’는 ‘곧게 뻗은 한 줄’을 발끝에서 완성하는 제품이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기장은 코트 없이도 비율을 정리해주고, 적당히 여유 있게 떨어지는 통은 다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감추면서 슬림해 보이게 한다.
앞코가 뾰족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각도를 지녀, 레더 재킷과 매치하면 시크하게, 니트 스커트와 함께하면 부드러운 무드를 만든다. 사진 속처럼 올블랙에 시어한 스타킹을 더하면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 살아난다.
또한 발목을 조이지 않는 구조 덕분에 와이드 팬츠를 살짝 걸쳐 입는 ‘부츠 레이어링’ 룩도 가능하다. 결국 이 부츠는 침착한 멋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아이템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츠는 발목에서 실루엣을 완성하는 스타일이다. 롱부츠의 존재감이 강해지는 시즌이지만, 보다 가볍고 기민한 무드를 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답도 필요하다. 바로, 슈콤마보니의 ‘Western Ankle Boots(black)’다.
웨스턴 부츠 특유의 투박함을 덜어내고 검은 가죽의 볼드한 라인만 남겼다. 그래서 스커트에도, 와이드 팬츠에도 스타일에 빈틈 없이 어울린다. 발목 기장의 간결함은 11월에 특히 유용하다. 아침에 부츠를 신고 나섰다가도, 낮에 셔츠만 걸쳐도 룩이 어색해지지 않는다. 현실적인 활용도가 높은 부츠다.
하지만, 부츠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 실루엣을 넘어 스타일 전체의 무드를 이끄는 그런 부츠. 그 역할을 해내는 아이템이 이자벨마랑의 ‘Tan Lurna Tall Boots’다.
무릎을 훌쩍 넘는 기장은 하의 실루엣을 대신하고 전체 비율을 끌어올린다. 한 톤 여유로운 베이지 컬러는 앞코의 선명한 각도와 만나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의 고민이 많은 날, 부클 미니 원피스나 루즈한 니트와 함께하면 그 자체로 스타일이 완성된다. 드레스업하고 싶은 저녁 약속, 사진 남기는 날에 가장 확실한 선택이다.
그렇다고 매번 과감할 수는 없다. 11월의 일상엔 조금 더 담백하고 세련된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이럴 때 손이 가는 아이템이 바로 트리밍버드의 ‘Suede Slouch Belted Long Boots’다.
부드럽게 주름지는 슬라우치 실루엣은 다리를 지나치게 조이지 않으면서도 벨티드 디테일로 균형을 잡는다. 블랙 스웨이드 질감은 니트 스커트, 울 팬츠와 함께할 때 묵직한 깊이를 만든다.
어떤 아우터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특히 그레이·차콜 계열과 만나면 또렷한 실루엣이 완성된다. 미디 스커트와 매치하면 무릎 아래만으로도 룩의 분위기를 충분히 말해준다. 눈에 띄지만 튀지 않는, 도시적인 안정감을 원하는 날 어울리는 부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츠는 발끝에서 계절을 바꿔주는 아이템이다. 룩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새로 정리하고 싶을 때, CHLOÉ의 ‘Eve Suede Over-the-knee Boots’가 제 몫을 한다.
무릎을 넘는 기장은 하의 라인을 생략해도 되는 비율을 만들고, 스웨이드 텍스처는 겨울의 빛을 부드럽게 머금는다. 조금 더 특별해 보이고 싶은 하루, 오늘의 룩을 부츠가 완성해야 하는 날에 가장 적합하다.
결국 11월의 패션은 실루엣과 온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선명해지는 자신감으로 정의된다. 추워지는 공기 속에서도 무겁지 않고, 스타일의 균형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이번 달,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장은 분명하다.
“포인티드 부츠 – 11월을 걷는 방식”
가을과 겨울의 경계는 늘 애매하다. 재킷은 가볍고, 코트는 아직 이르다. 이 모호한 계절을 정리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과장 없는 날렵함, 발끝이 만들어주는 실루엣이다. 부츠 한 켤레로 균형을 찾는 순간, 11월의 스타일은 그 자리에서 완성된다.
김민정 / 어반에이트 패션 크리에이터, 아나운서minjeoung7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