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 오른 유영상…SK그룹 'AI 전략 선봉' 가치 평가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5.03.18 11:57
수정 2025.03.18 11:58

유영상 대표 작년 보수총액 31억…전년비 50% 급증

'AI 피라미드' 드라이브…최태원 강조하는 AI 성과 인정 받아

올해 '피라미드 2.0'으로 돈 버는 AI 강조…글로벌 AI 회사 속도

유영상 SKT CEO가 2일(현지 시간) MWC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가 지난해 보수총액 31억원의 초고액 연봉자가 됐다. 1년 전(약 21억원)과 견줘 10억원 늘어난 액수다. 50%에 달하는 연봉인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의 근로소득 내역을 뜯어보면 답이 나온다. 여기엔 SK텔레콤의 사업 성과가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18일 SK텔레콤의 제 41기(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영상 대표는 지난해 급여 14억원, 상여 16억4000만원 등 총 30억9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1년 전과 비교해 급여는 2억원(16.7%), 상여는 8억원(96.2%)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직책·리더십·회사 기여도·경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인공지능(AI) 성장 기반 강화 및 글로벌 파트너십, 이동통신(MNO) 체질 개선 등을 이유로 유 대표에게 매월 1억1670만원, 연간으로는 14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상여는 2023년 매출·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전략과제 수행,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리더십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 지표 목표 달성 수준을 종합적으로 따져 작년 초 16억4000만원을 제공했다.


2023년 당시 SK텔레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보였다. 연결 기준 매출은 5G(SK텔레콤)·IPTV(SK브로드밴드) 가입자 성장에 기반한 유·무선통신 매출이 늘어나며 전년 대비 1.8% 늘어난 17조6090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도 8.8% 많은 1조7530억원을 달성했다.


이중 전체 매출의 70%를 넘게 차지하는 이동통신 매출은 5G 가입자가 1550만명을 넘어서며 1년 전과 견줘 0.9% 늘어난 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IPTV는 순증 점유율 1위 유지·가입자 955만명 달성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여 부문 성과에서 눈에 띄는 것은 'AI 피라미드 구체적 실행'이다. AI는 최태원 회장이 수시로 SK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언급해온 핵심 분야다.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수장인 유 대표가 만족스런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영상 SKT 대표가 2일(현지시간) MWC2025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I DC 사업 모델 및 AI에이전트 B2B·B2C 고도화 전략,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대한 청사진이 담긴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공개했다. ⓒ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AI 피라미드는 '글로벌 AI 회사' 도약을 위해 지난 2023년 9월 유 대표가 내놓은 SK텔레콤 AI 전략으로 ▲AI 인프라 ▲AIX ▲AI 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AI 인프라는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LLM(거대언어모델) 확장을, AIX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 핵심 사업의 AI 접목을, AI서비스는 한국어 LLM 기반의 AI 에이전트 '에이닷' 상용화를 강조한다. 에이닷, 에이닷 엑스 LLM 등 자체 경쟁력은 '강화'하고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는 '협력'하는 투트랙을 실현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AI 전략은 빠른 호응을 얻으며 유 대표가 강조하는 '글로벌 AI 회사' 기틀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 2023년 9월 정식 출시한 에이닷은 베타 서비스 런칭 이후 1년간 누적 가입자 수가 300% 늘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인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매출이 각각 30%, 36.6% 증가한 2020억원, 1460억원을 달성했다.


이를 정리하면 유 대표는 본업인 유·무선통신 사업 견조, 'AI 피라미드' 도입에 따른 AI 포트폴리오 강화 성과 등을 인정 받아 1년 새 50% 오른 연봉을 손에 쥘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SK텔레콤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AI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사업 체계를 정비하는 등 체질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일례로 통신사업에 특화된 '텔코 LLM'을 올해를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적용하고자 개발한 플랫폼으로 지난해 10월 클러스터 베타 버전으로 출시됐다. 올해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3일 SK브로드밴드 가산 IDC에서 유영상 SKT CEO가 GPUaaS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SKT

또한 AI 데이터센터(DC) 사업을 위해 글로벌 GPU 클라우드 기업인 ‘람다’(Lambda)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으며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대표 기업인 ‘펭귄 솔루션스’와는 AI 투자 중 최대 규모인 2억 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작년 AIX 매출은 AI 클라우드 성장 및 AI B2B 상품 증가로 2023년 보다 32.0% 늘어난 1930억원을 기록했다. AI DC도 13.1% 증가한 3974억원을 나타냈다. 에이닷 누적 가입자는 에이닷 전화 및 LLM 웹 버전 출시 효과로 2024년 말 현재 830만명에 달한다.


작년 말에는 SK텔레콤 7대 사업부 중 AI 관련 부서를 4개(AIX 사업부, AI DC 사업부, 에이닷사업부, GPAA(글로벌 퍼스널 AI 이전트)사업부)로 개편해 '돈 버는 AI'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부서로 AI 이름을 당당히 올리겠다는 포부다.


수 년간 성장 기틀 마련에 힘을 쏟았던 AI 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경우 SK텔레콤의 비(非)통신 비중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I 체질 변화에 힘을 주고 있지만 무선(74%)·유선(23%) 매출은 여전히 97%로 압도적이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높지만 이통 사업 특수성을 감안하면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인 AI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 대표가 'MWC 2025'에서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B2B·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고도화를 핵심으로 하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공개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본업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전제 아래 AI 사업 성과에 따라 SK텔레콤이 내세우는 '글로벌 AI 회사' 전환도 그만큼 앞당겨질 전망이다. 'AI+통신' 균형 속에서 AI 사업 기여도가 커질수록 유영상 대표의 보수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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