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된 MG손보, 커지는 공중분해 위험에 124만 가입자 '울상'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5.03.14 10:44
수정 2025.03.14 13:08

노조 일방적 반대에 메리츠화재 인수 포기

건전성 지표 악화 지속…K-ICS 비율 43.4%

정부 "독자생존 우려…법과 원칙 따라 대응"

밥그릇 지키기에…보험계약자 피해 불가피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본사. ⓒ연합뉴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MG손보의 청·파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G손보 노동조합의 반대가 배경이 된 이번 매각 무산으로 124만 보험계약자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일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차이 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는 MG손보 노조의 인수 방해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9일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협에 선정된 바 있으나 MG손보 노조는 '자료 유출'과 '고용 승계' 등의 이유로 석 달간 메리츠화재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막아왔다.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포기 선언 후 금융당국과 예보는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했다"며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위·금감원·예보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는 부실한 상황이다. MG손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K-ICS) 비율은 35.9%, 경과조치 후 비율은 43.4%로 보험업법상 기준치인 100%를 비롯,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MG손해보험 지급여력비율 추이.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낮은 K-ICS 비율 탓에 MG손보의 청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월 예보는 "실사 진행이 안 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정리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 개인·법인 보험계약자는 총 124만4155명이다. 이 중 예금자보호법상 보장이 어려운 5000만원 초과 계약자는 총 1만1470명(개인 2358명·법인 9112곳)이다. 이들의 계약 규모는 무려 1756억원에 이른다.


예보의 경고대로 MG손보가 청산될 경우 이들을 포함한 MG손보 전 보험계약자들의 피해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다. 거기에 실손보험을 비롯해 보장성보험 등 당초 MG손보에 가입한 보험과 같은 조건으로 다른 보험사에서 재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03년 리젠트화재보험이 파산했을 당시에는 P&A 방식을 통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된 사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MG손보의 계약 이전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젠트화재의 보험계약은 금융당국 주도하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자동차·일반·장기보험 등 각 상품 군별로 나누어 계약이전이 이뤄진 바 있다"면서도 "MG손보의 경우 1세대 실손보험을 비롯한 일부 상품들의 손해율이 악화된 상황이라 계약이전의 방식이나 상품 배분 등에 대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제 밥그릇 지키기'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단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MG손보 청산이 코 앞인 상황에서도 노조들은 밥그릇 챙기기가 우선이었다"며 "이번 매각 실패로 124만명의 보험계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 노조의 행위는 중대하다"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MG손보의 매각 실패로 일부 소비자들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며 "금융당국은 청산보다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려면 시장 점유율 따라 일부 보험 계약을 이전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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