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어쩌라고"… 현대차·기아, 올해 더 팔고 더 번다(종합)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1.24 16:34
수정 2025.01.24 16:34

경기 불황, 환율 급등 변수에도 기초체력 증명

하이브리드·SUV·제네시스 등 '돈 되는 차'가 효자

美 트럼프 변수 산재… "총력 대응, 영향 적을 것"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데일리안DB

현대차·기아가 작년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둔화, 연말 환율 급등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종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기초체력을 증명한 셈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보편관세, IRA 축소 및 폐지 등 변수가 확대된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모든 시나리오를 촘촘히 분석해 대응하고, 미국 생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년의 호실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기아는 24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연간 매출은 107조4488억원, 영업이익은 12조6671억원, 영업이익률은 11.8%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7%, 9.1%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 사상 첫 100조원 대 매출을 달성했으며, 역대 최다판매, 최대 영업이익, 최고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기아 만큼의 호실적은 아니지만, 하루 전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역시도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며 선방했다. 현대차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5.9% 줄어든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1%다.


기아가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양사의 작년 합산 매출은 282조6800억원, 영업이익은 26조967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영업익 하락을 상쇄하고도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다. 양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8.9%다.


올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각종 변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올해 연간 판매량과 매출, 영업이익을 올려잡았다.


현대차는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1% 증가한 417만4000대,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0~4.0%로,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7.0%~8.0%로 세웠다. 기아는 판매목표의 겨우 4.1% 증가한 321만6000대, 매출은 4.7% 증가한 11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4000억원으로 현상유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차·기아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그간 수익성을 높여줬던 판매 믹스 개선 전략에 베팅한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 9,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등을 국내 및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신차 10종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지시한 '전기차 의무화 폐기'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와, 당선 공약으로 내건 '보편 관세' 등 두 가지 변수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내용을 담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정 또는 폐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빠르면 9월, 늦어도 올해까지는 보조금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법안 폐지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의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고, IRA 전기차 보조금 등 부분을 축소하거나 없애겠다고 얘기하고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예상컨대 IRA 보조금을 폐지를 시키려면 의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금방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올해까지는 유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빠르면 9월부터 끝날수있다고 보고 있고, 그 기준으로 시나리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는 60%,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선 25%, 나머지 모든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매긴다는 내용의 '보편관세'에 대해서는 타격이 있더라도 미국 시장내 경쟁사 대비 유리할 것으로 봤다. 토요타, 혼다 등 경쟁사들이 미국 물량을 관세 부과율이 높은 멕시코, 캐나다 공장에서 충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멕시코 공장에서 K4 모델을 미국으로 공급중인 기아의 경우 장기적으로 판매지역을 변경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또 저가 단일 차종만 멕시코에서 수출하는 기아와 달리 고가 RV 차량을 공급하는 경쟁사들과 비교해서도 영향은 적을 것으로 봤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물량이 12만 대 정도다. K4 한 차종으로 25% 관세 영향을 받는다. 다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는 기아 말고도 많다"며 "특히나 기아처럼 고가 RV 위주로 판매하는 업체도 많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가격인상이라든지 생산지 조정을 통해서든 단기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 수익성을 훼손시킬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대차·기아의 경우 올해 완공되는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깔아 대응할 수 있단 점도 긍정적 요소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 등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미국 전체 물량의 60% 가량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부사장은 "보편관세가 부과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사업계획에 아직까지 반영을 하고 있지 않다.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시나리오별로 분석은 하고 있다. 언제부터 시행될 것이냐, 빠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 시나리오별로 계산 중"이라며 "명확하게 숫자를 말하기 어렵지만, 보편관세가 10% 붙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환율 효과가 어느정도 받침이 된다하면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말했다.


이어 "보편 관세는 우리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는 그래도 미국 내 공장이 있고, 미국 공장 생산 비중이 6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며 "반면 혼다나 토요타 같은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많이 갖고 있고, 거기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보편관세에 대한 부정적 효과 측면에서 본다고 하면 우리가 경쟁사 대비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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