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팔아라”…PF사업장 매각 압박하는 금융당국
입력 2025.01.24 06:00
수정 2025.01.24 08:06
부실 사업장 약 21조원 중 정리 24.9%
전용 플랫폼 구축…경공매 정리 유도
PF 현황 보고도 격주로…정상화 박차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재구조화의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 올해 상반기 내로 PF 부실사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81.4%의 이행률에 그치며 미진한 탓이다. 별도의 PF 경·공매 정보 플랫폼을 만들어 부실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정밀 관리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23일 개최된 ‘PF사업장 정보 공개 플랫폼 구축 및 합동 매각 설명회’에서 공개한 ‘PF사업장 정보 공개 플랫폼’을 통해 PF사업장 투자 검토에 필요한 소재지, 면적, 용도지역, 사업용도를 비롯해 감정가액과 경공매 진행 경과, 담당자 연락처 등 자세한 사항을 엑셀 파일로 제공한다.
우선 공개된 파일에는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경·공매일정 미확정 사업장을 제외한 3조1000억원 규모의 195개 사업장의 정보가 담겼다. 금감원은 매월 추가 정보를 업데이트해 반영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금융투자협회·여신금융협회·신협중앙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산림조합중앙회·새마을금고중앙회 등 9개의 협회 홈페이지와 연동된다. 이를 통해 매수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의 특징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PF사업장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공개하는 점이다. 현재 PF 경공매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경공매 플랫폼인 ‘온비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부동산 뿐만 아니라 일반 매각 물건 등이 몰려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조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A저축은행이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브릿지론 사업장(대출금 500억원)을 정보공개 플랫폼에 공개하면 B시행사는 플랫폼에서 이 사업장을 발견해 매수를 추진할 수 있다. B시행사는 은행권 신디케이트론으로 공사비 300억원을 대출받아 해당 사업장을 450억원(대출 원금의 90%)에 매입한다. 사업장을 매각한 A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개선돼 새로운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플랫폼 구축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플랫폼을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를 긴밀히 연결하고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잔존 부실채권 경공매 활성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별도의 플랫폼까지 구축한 만큼 금융사들도 긴장감을 갖고 부실 사업장 정리에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PF 정리 재구조화를 위해 사업장 정리를 독려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리스크 확대와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정리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유의’와 ‘부실우려’ 평가를 정리 및 재구조화 대상은 20조9000억원 규모다. 이중 정리가 완료된 사업장은 5조2000억원(24.9%)에 불과했다.
특히 경·공매나 수의계약 등으로 정리된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당초 목표였던 4조3000억 대비 81.4%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리 규모는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1조2000억원에서 11월 5000억원, 12월 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원장도 이날 오후 PF사업장 합동 매각 설명회에서 “최근 대내외 시장 요인 등으로 사업장 정리 속도가 다소 둔화해 다시 한번 정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구축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개별 금융사가 한정된 매수자를 통해 사업장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정보공개 플랫폼은 다수의 매수자에게 사업장 정보를 노출시켜 정리가 촉진되고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개선되면 신규 PF대출 공급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당국은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오는 3월말까지 7조4000억원의 PF사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8조8000억원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PF정리 실적이 미진한 금융사에 대해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유도하고, 현장점검을 통해 경·공매 이행 절차 적정성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한 달 전부터 금융사들이 월별로 제출했던 부동산 PF 현황 보고를 격주 단위로 하도록 했다. 회사별 PF관련 대출 증가와 부실정리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PF경공매 정보 플랫폼은 부실을 신속하게 정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이어 “정보 접근성을 낮춰 매각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팔리지 못한 매물은 가격을 낮췄음에도 사업성이 미미해 플랫폼만으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