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냐?’라며 싸우는 우리 부부, 답이 없어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㉗]
입력 2025.01.21 14:10
수정 2025.01.21 14:11
결혼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다 보니 ‘이 정도는 당연히 지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당연한’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화가 나게 되고, 이 부분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싸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야?’라며 싸우는 우리 부부, 답이 없어요.
이제 결혼한 지 갓 2년이 된 30대 A씨 부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2년 간 수없이 싸워오다가 ‘차라리 서로 말을 안 하는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뿐, 서로에 대한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사실 현재는 서로 상대방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이다’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우선 아내 A씨는 대화가 참 중요한 사람이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관심사도 나누고 혹시 모를 오해도 풀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삶을 살아왔다. 때문에 A씨는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모두 나누고 싶어하고, 그게 설령 상대방에 대한 불만일지라도 표현하는 편이다. 그리고 상대방도 자신에게 충분히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을 보고 있자면 입만 꾹 다물고 있어 답답하다. 분명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한데, 말로는 괜찮단다. 이렇게 되면 분위기는 얼어붙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차라리 티를 내지 말던가. 의사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남편 B씨는 어떨까. 물론 남편 또한 대화는 참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내를 보고 있자면 ‘왜 쓸데없이 기분 나빠질 이야기까지 꺼낼까’라는 생각이 든다. 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에 대화를 해야지 싸움이 적어지는 것 아닌가? 아내가 하자는대로 곧장 이야기를 나눴다가 싸움이 커진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남편이 보기에 아내는 그저 입이 너무 가볍고 참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
아내 A와 남편 B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포함한 종합정서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즉흥적이고 애정 및 의존 욕구가 높은 아내, 돌발상황을 싫어하고 신중한 남편
검사 결과, 우선 아내 A씨는 기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원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이뤄내야 하며, 이를 위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씨는 애정을 나누거나 상대방에게 의지하고픈 욕구도 큰 것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털어놓고 교류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원가족은 모두 대화량이 많은 편이었다고 보고한다. 때로는 새벽 1시까지 모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며, 갈등이 생겨서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그 날 안에 풀어왔다고 한다.
한편, 남편 B씨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때문에 매사를 처리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미리 대비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B씨는 돌발 상황에 취약한 편인 것으로 나타난다. 낯선 상황이나 문제를 직면했을 때는 쉬이 경직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과 관련, 대체로는 타인과 말을 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또한 B씨의 원가족은 대체로 미리 걱정하고 신중하게 대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한다. 때문에 말을 할 때도 서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하며, 감정이 상했을 때는 우선 각자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정을 삭히는 편이라고 한다.
검사자 제안 :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도, 상대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결론적으로, A와 B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참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각자의 대처 방식은 30여년 동안 형성되고 굳혀진 것이기 때문에 변하기가 참 어렵다. 서로가 서로에게 100% 맞춰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순간적으로 ‘당연히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상대방은 어떻게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방식을 모두 맞춰줄 순 없다. 자신에게는 낯선 대처방식이고 불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왜 저런 대처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가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감정적으로 동요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일도 막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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