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공동 연구팀, 폐배터리에서 고가의 리튬 자원 회수 가능 이온 교환막 개발
입력 2025.01.16 15:57
수정 2025.01.16 15:57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 가능성↑ 환경·안전 문제 해결에 기여
전기화학 분리공정 통해 기존 분리막 대비 리튬 회수율 4배 ↑
국제 학술지 '디셀리네이션' 12월호 게재, 해외·국내 특허 출원
아주대와 국립공주대 공동 연구진이 폐배터리에서 고가의 금속을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고성능 리튬 이온 교환막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폐배터리 처리와 회수를 위한 기술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는 가운데, 친환경·저비용의 폐배터리 자원화 방안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아주대학교는 황종국 아주대 교수(화학공학과) 연구팀이 국립공주대 김춘수 교수(환경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폐배터리로부터 유가금속인 리튬 이온을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고성능 리튬 이온 교환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내용은 '산화그래핀-무기물 나노입자 복합막을 활용한 전기화학적 리튬 회수(Swelling-resistant graphene oxide membranes reinforced by heteroatomic inorganic dots for electrochemical lithium recovery from aqueous solution)'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 학술지 <디셀리네이션(Desalination)> 12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황종국 교수(화학공학과)와 국립공주대 김춘수 교수(환경공학과)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김태남 아주대 박사과정생·김현진 국립공주대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함께 했다.
대표적 2차 전지인 리튬 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웨어러블 디바이스 뿐 아니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리튬 이온 배터리 폐기물의 대량 발생이 예견된 가운데, 이를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그리고 배터리의 양극재에 포함된 리튬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폐기물 자원화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에 사용되는 기술은 습식제련법으로, 주로 고가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NCM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리튬 외 자원의 효용 가치가 낮기 때문에, 재활용 비용 대비 편익 역시 낮다. 이에 그동안 관련 연구가 폭넓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보급형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FP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향후 5~10년 안에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LFP 폐배터리의 처리 및 자원화 기술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 폐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을 선택적으로 분리 및 회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기화학적 막 분리 방법(electro-membrane separation process)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전기화학적 힘을 이용하는 분리 기술로, 주로 염호(brine)로부터 리튬 이온을 추출하는데 이용돼 왔다. 이 기술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사용되는 기존의 제련 공정에 비해 설치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목표 이온만을 고농도로 농축·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공정에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이온교환막으로, 이온교환막의 성능에 따라 리튬 회수의 속도와 순도가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이온교환막으로 활용되는 고분자막은 리튬 회수 속도가 현저히 낮다. 또한, 폐배터리 양극재에 포함된 니켈, 철 등 여러 전하상태를 가지는 다가이온의 고분자막 통과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리튬의 순도를 크게 저하시킨다. 폐배터리 침출액은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장기간 운전 시 고분자막이 산화돼 분해되는 안정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아주대 연구팀은 배터리에서 리튬이온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리튬이온의 수화이온 크기(0.76 나노미터)보다는 크고, 다른 다가이온의 통과는 억제할 수 있는 이온 투과 채널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흑연 유래 산화 그래핀 막이 약 1나노미터 상당의 이온 투과 채널과 우수한 내화학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에서의 수화현상으로 인해 활용이 크게 제한돼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산화 그래핀 층 사이에 실리카-알루미나(aluminosilicate) 나노입자 가교제를 도입하는 HARD(heteroatom-reinforced dot) 전략을 개발했다. 실리카-알루미나 나노입자는 산화 그래핀 층간을 전기적으로 중화해 0.1나노미터 수준에서 이온 투과 채널의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온교환막의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그 결과 기존 이온교환막 대비 월등하게 향상된 안정성과 리튬 이온 선택도를 가지는 산화그래핀-나노입자 복합막을 제조할 수 있었다.
아주대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안정성 높은 고성능 산화 그래핀 이온 교환막을 공주대 연구팀이 설계한 친환경 연속 전기투석 시스템에 적용해, LFP 폐배터리 침출액으로 리튬 회수 실험을 진행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에 보고된 전기화학적 리튬 회수 공정 대비 65%의 에너지로, 약 4배 향상된 리튬 회수 속도와 95%의 리튬 순도를 달성했다.
황종국 아주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고성능 산화그래핀-나노입자 복합막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큰 의미"라며 "0.1 나노미터 수준에서 채널 크기의 조절이 가능해 이온 분리뿐 아니라 수소 가스 정제, 리튬-황 전지 분리막 등 다양한 분리 공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아주대 화학공학과와 국립공주대 환경공학과의 공동 연구 성과물로, 서로 다른 분야의 협업을 통해 폐배터리 자원화 기술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라며 "앞으로 복합막의 대면적 양산 방안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의 대학기초연구소사업,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교육부의 수소인력양성사업(H2KOREA)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