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이서환, 마침내 드러낸 ‘발톱’ [D:인터뷰]
입력 2025.01.13 07:17
수정 2025.01.13 07:17
“‘오징어 게임2’, 내게 다른 풍경 보여준 작품…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 무게도 더 주어질 것 ”
‘이정재의 친구’에서 ‘정배’로 우뚝 선 배우 이서환은 농담처럼 “숨겨둔 야심을 꺼내 보일 때”라며 글로벌 팬들의 관심에 기분 좋은 설렘을 표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이서환이 제대로 잡은 것이다.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 이서환은 이정재의 친구 정배를 연기했다. 전 시즌에서는 기훈의 팍팍한 생활을 전달하는 친구로 잠깐 등장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게임 참가자로 활약하며 기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시즌1 캐릭터 중 살아있는 사람이 기훈 친구밖에 없었다’며 ‘억지로 쓰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 이서환이지만, 그럼에도 부담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부담감에 짓눌리기보다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자세로 연기에 집중했다.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은 작은 역할이 많았다. 주인공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기회가 온 것이다. 작품의 무게감 같은 걸 봤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그걸 느끼는 순간 어깨가 너무 무거워질 것 같더라. 나의 것은 유지하면서 (부담감 섞인 말들은) 못 들은 것으로 하려고 애를 썼다.”
“방위 출신이라 총을 잡아본 적도 없다”고 너스레를 떤 이서환은 후반부 정배의 ‘든든한’ 면모도 필요했지만, 극에 불어넣는 ‘유쾌함’을 책임지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성격, 그리고 역할을 인지한 뒤 디테일을 잡아나가며 정배를 탄탄하게 완성했다.
“시즌1의 캐릭터 결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기훈은 달라졌지만, 정배는 아니다. 저까지 달라지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저는 ‘철없음’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또 하나 해병대 출신이라는 점도 있다. 자세가 나오게끔 연습하는 게 필요했다. 아파트 뒤에서 혼자 핸드폰을 세워두고 이동하는 걸 찍고 비교를 해보곤 했다. 가장 많이 본 건 유튜브다. 해병대 영상이나 견착 자세, 혹은 어떤 구호를 외치는지. 이런 걸 챙겨봤다.”
자신과 닮은 캐릭터라 더욱 정이 갔다. 현실에 치여 살다가 잊은 ‘뜨거움’을, 인생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회복한 정배의 선택에 이서환 또한 공감했다. 일각에서는 정배가 후반부 변모하는 과정이 ‘너무 극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서환은 LA 폭동 당시 한인 타운을 지킨 ‘루프탑 코리안’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축,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가 생각한 정배의 첫 번째 모델은 ‘루프탑 코리안'이었다. 딱 제 모델이었다. 1992년 LA 폭동 있었을 때 평범한 동네 아저씨들이 총을 든 적이 있지 않나.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보면서 연구했다. 기사도 찾아보고, 그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봤다. 우리가 알던 아저씨들이 아니라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유쾌하면서도, 의리 있는 정배를 향한 호평이 쏟아졌고 이서환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감사를 표했다. 시즌2의 흥행은 예상했지만, 정배까지 사랑받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도 야심은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줄 수는 있다’는 그의 말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야심은 있지만 티는 안 낸다. 까짓 거 뭐 이렇게 됐는데, 야심을 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웃음) 나도 기회가 오면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전엔 작품에 들어가려면 미팅도 보고, 오디션도 필요했다. 그런데 하자고 연락이 오더라. 가장 느껴지는 변화다.”
높아진 관심에 책임감도 함께 커졌다. ‘변화’를 실현해 준 ‘오징어 게임2’에 감사하지만, 조심스러워진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스스로 너무 사랑을 느끼면 안 될 것 같다’는 겸손한 태도로, 더 커진 책임감을 감당할 이서환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하지 않나. ‘오징어 게임2’는 내게 다른 풍경을 보여준 작품이다.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도 한다. 오디션이 아니라 작품이 들어오게 된 건 좋은 점이다. 그런데 인지도가 늘어난 만큼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 무게도 제게 더 주어질 것이다. 너무 따뜻하고 좋은 풍경이 됐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아진 것 같다. ”